[사설] 엄중한 경제 상황 속 노-정 갈등 우려스럽다
[사설] 엄중한 경제 상황 속 노-정 갈등 우려스럽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6.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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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어느 정부보다 친(親) 노동 성향을 보인 문재인 정부 3년 차에 노-정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최근 구속됨에 따라 정부와 민주노총의 관계가 악화된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고 역대 다섯 번째다.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한 현 정부 아래서 김 위원장이 구속된 상황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김 위원장의 구속은 예견된 측면이 있다.

지난 3월과 4월 국회 앞에서는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를 열었다. 당시 집회 참가자 중 일부는 경찰의 차단벽을 뚫고 국회 경내 진입을 시도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여러 차례 부딪쳤다.

경찰은 현장에서 김 위원장 등 33명을 체포했고,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40여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경찰은 민주노총이 집회하기 전에 폭력 등 불법행위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 정황이 담긴 문건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노동계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노동 존중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1월 김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했고, 이에 답하듯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복귀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작년 6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계기로 정부와 갈등 국면으로 들어섰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떨어뜨리는 이 정책을 반대한 민주노총의 입장에는 이해할 만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의 안착을 위해 내놓은 탄력 근로제 확대 적용 역시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의 구속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전면적인 투쟁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내달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또 보름 후인 18일에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탄압 분쇄를 향한 전국 투쟁(총파업 대회)’을 벌이겠다고 한다.

이에 앞서 이달 26일부터 전국노동자대회 등을 통해 투쟁 열기를 고조시키겠다고 했다. 이뿐 아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물론이고 일자리위원회를 비롯한 53개에 이르는 정부의 주요 위원회에 불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측은 냉철히 현 사태를 되짚어 봐야 한다. 지금 경제는 엄중한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일자리,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가 줄줄이 나빠졌다. 이런 와중에 노-정 관계마저 파탄이 나면 경제가 좋아지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총 역시 불법·폭력의 구습을 버리고 대화와 타협 속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화와 타협의 책임은 노동계와 정부 모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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