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요금 ‘네탓 공방’에 불쾌지수만 오른다
[사설] 전기요금 ‘네탓 공방’에 불쾌지수만 오른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6.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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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이사회가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의결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누진제 개편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최종 권고안을 반영한 개편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사회에서는 누진제 개편안을 전기요금 공급 약관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심의 중 서로의 의견차이로 결국 의결 보류로 가닥이 잡혔다.
이처럼 예상 밖의 보류 결정이 전해지자 산업부는 당혹감 속에 대책을 위해 긴급회의를 열기도 했다.

산업부는 다음주 초 한전의 임시이사회가 다시 열리게 되면 당초 계획대로 다음달부터 누진제 완화를 시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 수요가들은 폭염의 여름이 코앞에 다가왔기에 ‘폭염이 사람을 해치기 전에 대비해야 할 게 아니냐’며 전기요금을 문제 삼았다.

논란의 핵심은 전기요금 누진제다. 한 때는 전기를 많이 쓰는 고소득층에게 요금을 더 많이 물린다는 점에서 정당성이 있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 전제는 무너졌다.
올 초 서울대 전력연구소 조사에선 고소득층이 아니라 가족 수가 많을수록 전기를 더 많이 쓴다는 결과가 나왔다.

집 구할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은 1~2인 가구로 분화되는 데 비해 비싼 주택 값이 버거운 저소득층은 한 집에 여럿이 모여 살다 보니 누진제에 따른 ‘전기료 폭탄’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수면 아래에서 툭툭 불거져 나오는 전기요금은 갈수록 더할 것이다. 탈원전과 화석연료 발전은 줄이고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에너지 전략은 결국 에너지 생산 비용이 계속 올라갈 거라는 예고다.

물론 에너지 전략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전 세계가 삐걱거리면서도 이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우리만 물러설 수도 없는 일이다. 어쨌든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정권이야 전기요금 폭탄을 다음 정권으로 돌릴 수 있다 해도 그 폭탄은 결국 터질 것이고, 수습은 국민이 해야 한다. 달콤한 약속을 했던 정치인들이 일이 터졌다고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구멍을 메워주진 않을 것이다. 

여름철 전기요금 조정을 놓고 서로 핏대를 올리며 벌이는 ‘네탓 공방’은 이미 폭염의 불쾌지수를 넘어선 듯하다. 시대도, 날씨도, 가격도 바뀌었는데 누굴 책망한들 답이 나올까. 차라리 소비자가 먼저 손 들고 나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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