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칼럼]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
[김원배 칼럼]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
  • 김원배 목원대학교 전 총장
  • 승인 2019.06.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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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사회 곳곳에서 불평 아닌 불평으로 ‘이제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는 자조 섞인 말들을 듣게 된다. 대학에서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지극히 인간적인 측면에서의 서운함 들을 이야기한다.

교수들은 수업시간에 농땡이 좀 치면서 한 학기 강의를 종강해도 학생들로부터 오히려 좋은 교수로 평가 받았던 때를 생각하면서 과거를 그리워 하는가 하면, 학생들은 점심시간이 끼여 있는 연강의 경우 근처 라면집에서 반주 겸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불그스래한 얼굴로 오후 강의에 임하는 것을 낭만이라 생각했었던 선배들의 학창시절을 생각하면서 지금의 자신들은 너무 여유가 없고 낭만적이지 못하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1960년대부터 1980년대 당시의 대학들은 사회문제 및 교내 문제로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경찰의 최류탄과 방망이를 든 경찰들을 피하면서 도망 다니다 어느 덧 하루의 해가 다 가버리고 끼리끼리 모여 막걸리 마시며 무용담을 자랑삼아 하던 선배들과는 사뭇 다른 캠퍼스의 생활이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리고 교수들은 학생들이 마치  아들과 딸처럼 생각하면서 세련되지 못한 언어와 행동을 좀 사용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성폭력이나 성희롱으로 검찰과 경찰에 불려다니지 않아도 되었으니 지금의 생활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뿐만 아니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직장에서는 직장상사의 권위가 살아 있었던 때라 상사의 말 한 마디가 그 사무실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힘이 있었다.
오늘 회식이 있으니 전원 집합해 주기 바란다는 부장이나 과장의 말 한마디에 전원 회식에 참석해야 했다. 당시의 직장 분위기는 대부분이 그러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직장은 회식이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통신을 접하면 우선 1년 미만의 신입사원부터 오늘 데이트 약속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며 불참통보를 공개적으로 한다 하니 상사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는 말은 틀림없는 것 같다.
특히, 7월부터 직장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다고 하니 이같은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는 말은 더욱 심해 질 것 같다.

예를 들면 부장이 부하직원들에게 “오늘 회식에 빠지는 사람은 알아서 해”라는 말을 했다면 이는 직장 갑질로 직장 괴롭힘 금지법에 해당이 되고, 술 먹기 싫어하는 부하 직원에게 폭탄주를 만들어 “왜 이렇게 술을 마시지 않는 거야” 라고 한다면 이 역시 직장 괴롭힘 금지법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말대꾸를 하는 부하 직원에게 “너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더냐”는 말을 하거나 손톱에 진한 붉은색 메니큐어를 칠한 여직원을 보고 “돼지 잡고 왔느냐”며 핀잔을 주는 경우 이 모든 것이 직장 괴롭힘 금지법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사회의 곳곳이 민주화가 되고 정의사회가 되고 있으니 개인적인 인격이 존중되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직장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이 지나치게 경직되고 심한 경우 조직 내의 화합과 소통에 다소의 문제가 발생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특히, 이 법이 시행되면서 법에 저촉되는 내용을 수집하기 위해 상사의 말을 녹음하는 문화가 활성화 된다면 말하기가 무서워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입만 쳐다보는 불상사가 나타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아무튼 지금 우리 사회는 과거에 좋았든 시절 다 지나갔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은 과거가 그리운 나이든 고참들의 하소연 이지만 젊은 사람들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보면서 조직 내의 소통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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