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인재로 드러난 ‘한빛 1호기 사건’의 민낯
[사설] 결국 인재로 드러난 ‘한빛 1호기 사건’의 민낯
  • 충남일보
  • 승인 2019.06.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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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열 출력 이상이 발생했던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1호기 사건은 역시 인재로 확인됐다.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법을 14년 만에 바꾸면서 원자로 출력을 잘못 계산한 데다 제어봉 조작도 미숙했다.

당시 원자로 열 출력을 계산한 사람은 바뀐 측정법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한다.
원자력위원회와 한수원은 24일 이런 내용의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최대 발전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래 놓고도 할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수원이 한빛 1호기 재가동 승인을 받고 원자로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에 들어간 것은 지난달 10일 오전 3시다.
제어봉 조작 미숙으로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열 출력이 제한치(5%)를 넘어 18%까지 치솟았는데도 원자로 수동정지는 밤 10시 2분께 이뤄졌다.

열 출력이 제한치를 넘으면 원자력안전법상의 한수원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라 원자로를 바로 가동 중단해야 하는데 12시간 가까이 그러지 않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들이 현장에 출동해 지침서를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가동 중단 지시를 내리고 나서야 수동으로 정지했다.

열 출력이 제한치를 넘어서 계속 높아지면 원자로 폭발까지는 아니더라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사고를 유발한 제어봉의 제어능력 시험은 제어봉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진행한다. 올리면 출력이 올라가고, 내리면 출력이 내려간다.

제어봉을 2회 연속 조작해야 하는데 한 그룹에서 한 번만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제어봉을 잘못 조작하는 바람에 그룹 간 편차가 생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어봉을 인출하기로 했다가 계산 오류로 인출 값이 잘못돼 열 출력이 급격히 높아지는 일이 발생했다.

더욱이 지난달 20일에 발표된 원안위의 1차 조사에서는 면허가 없는 사람이 감독자의 지시 없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특별사법경찰까지 투입된 특별조사에서도 핵연료 손상 징후는 없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원전 안전 의식의 시발점은 신뢰다. 그런데 한빛 1호기 열 출력 급증 사고는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참하게 추락시켰다. 원전은 안전하게 관리되면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위험한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

관련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나 면허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안전 문제와 직결된 민감한 일을 하도록 한 것도 문제지만, 열 출력 이상이 발생한 뒤에 지켜야 할 기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한수원은 한빛 1호기 사건을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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