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강대국 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도 치열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후 29~30일 한국을 방문하는 등 정상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새로운 비핵화 방안을 제시하고, 시 주석도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이런 내용을 전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북·미 간에 실무협상이 재개되고 가까운 시일안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바람직한 일이여 시 주석이 북·중 정상회담의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북한에 식량과 비료 지원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설령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재자 역할이 밀린다 하더라도 흔들릴 필요는 없다. 그럴수록 우리는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면 된다.
우리는 최근 북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 지원에 나섰다.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국내산 쌀 5만 t(1300억 원 상당)을 지원키로 했다. 국제기구를 통해서는 처음이다.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은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정부의 쌀 지원 결정은 어떻게든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대화로 나선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과 미사일 도발의 파장이 가시지 않은 터에 대북 지원에 나서는 것은 조급증의 발로라는 지적도 있기는 하다.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북측과 대체적으로 합의됐기에 이해를 해주면 될 것 같다. 운반로는 바닷길이 유력하다. 우리 측 항구에서 운송과 분배까지 모든 과정을 세계식량계획이 책임지고, 직접 모니터링까지 하기로 했다.
쌀 포대에도 ‘대한민국’이라는 글자가 새겨지고, 또 최장 6개월 정도만 보관할 수 있도록 도정해 보내기로 했다. 북측이 쌀을 군량미로 전용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이며 9월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게 정부측의 계획이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남측의 인도적 지원에 고마워하기는 커녕 겉으로는 기고만장해 코웃음만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쌀 지원이 성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만일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국내 여론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비판과 정치적 부담도 고스란히 정부 몫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건 핵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대외, 대북 정책은 장밋빛 희망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인식에 기초해야 한다. 주변 강국들이 패권다툼을 벌이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북한이 우리를 기만하며 핵 보유를 고수하고 있다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