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어떤 소리가 메아리치는가?
[양형주 칼럼] 어떤 소리가 메아리치는가?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9.06.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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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한 재료로 벽을 만들어서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으면서 그 안에 소리가 잘 울려 소리가 메아리치도록 만든 방을 ‘Echo chamber’, 반향실(反響室)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면 똑같은 소리가 되돌아온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물리적인 소리의 영역만이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도 일어난다.

어떤 이야기가 올라오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주변에 열심히 이것을 퍼 나른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대하여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의 소리로만 둘러싸여 있게 된다.

이런 효과를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라고 한다. 사람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그 생각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할수록 자신의 이야기가 구체화되고 이에 대한 신념과 믿음이 증폭되고 강화된다.

사람이 반향실 효과 안에 갇히게 되면 결국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면에 확신이 생기고, 이 확신이 견고하게 되어, 내가 듣고 확신한 그것만이 옳다고 믿는 현상이 생긴다.

이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오늘날 이런 확증편향을 공고화하게 하는 장치가 바로 SNS다. SNS를 많이 할수록 생각이 같은 이들끼리 서로 메아리를 울려주면서 서로의 생각을 배척하고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는 양극화가 일어난다.

이것이 정치로 가면 정치의 양극화, 이념의 양극화가 일어난다. 이런 양극화 가운데 우리가 배제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우리가 어떤 사실을 확신하기 이전에, 우리는 모두 죄인이고, 우리 안의 죄성은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고 왜곡하여 잘못된 확신 아래 머물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 안에 어떤 소리가 메아리치는지 살피고, 이제는 용기 있게 반향실을 걸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반향실 밖으로 나아가는 것은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전혀 생소하고 낯선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용기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위에서 들리는 하늘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럴 때 우리의 완고한 죄성과 편협한 확신이 드러날 것이다.

지금 나는 어떤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하늘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 이 소리에 날마다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새롭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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