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갈등, 경제보복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사설] 한일 갈등, 경제보복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7.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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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8개월 만에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수출 관리 규정을 바꿔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 첨단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1일 발표했다.

수출할 때마다 허가를 받도록 해서 한국 첨단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려는 의도다. 겉으로 보기에 수출을 아예 틀어막지는 않았지만, 일본은 징용 배상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수출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으로 전해져 사실상의 금수 조치로도 해석된다.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확정판결 둘러싸고 불거진 한일 두 나라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확산하는 나쁜 모양새다.

일본이 수출 규제대상에 올려놓은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에서 필수 소재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한국을 27개 우대국가 목록에 넣어 자국 기업이 이들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허가를 면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목록에서 한국을 빼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는 일일이 수출 허가를 받게 하겠다는 의미다. 수출 허가를 받기까지는 보통 석 달 정도가 걸린다. 일본이 수출을 허가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렇다는 얘기인데, 일본은 당분간 수출을 허가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공정은 특성상 필수 소재 하나만 빠져도 전체 공정이 돌아가지 않는다. 한 달 치 정도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으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이들 소재는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70∼90%에 이르러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면 우리는 대체 소재를 찾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다.

안전보장상 우호국으로 인정하는 국가에 주는 일종의 우대조치 대상에서 뺀 것은 더는 우리를 우호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나름대로 외교와 경제의 분리 대응 원칙을 지켜왔던 한일관계 갈등 해소 접근 방식과도 거리가 멀다.

일본 정부가 외교 문제에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국내 정치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달 하순으로 예상되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서둘러 보복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이유야 어쨌든 경제보복 조치가 길어지면 우리 경제에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타격을 입고 수출이 7개월째 줄어드는 마당에 중국, 미국에 이어 ‘일본 변수’까지 생긴 것은 좋지 않다.
이번 경제보복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어긋나는지 따져 정부가 필요한 대응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당장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과 외교적 해법을 찾는 데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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