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경영지도사의 소상공인 기(氣) 살리기 프로젝트] 스타트업 창업 진단
[이정환 경영지도사의 소상공인 기(氣) 살리기 프로젝트] 스타트업 창업 진단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그림보다 고객에 초점을 맞춰야"
  • 이정환 허쯔버그 경영컨설팅 대표
  • 승인 2019.07.0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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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에도 스타트업과 창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11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고 있는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은 창업과 관련하여 우수 인프라를 갖춘 대학을 선정하여 창업의 요람으로 키우는 사업이다. 올해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된 학교는 충남대, 한밭대, 순천향대, 한남대 등 전국에 43개 학교가 있으며, 총 895.4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최근 우리 지역 내 한 대학에서 교내 21개 창업동아리 학생들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발표회에 심사위원 및 멘토로 참석한 바 있다. 이 대학에서는 상반기에 교내 창업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모델링과 창업교육을 실시했고, 이를 학습한 학생들은 각자 속한 창업동아리에서 롤모델 기업을 선정하여, 아래 그림과 같이 9개의 블록으로 구성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이용하여, 분석한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림1. 비즈니스모델 캔버스>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각자 열심히 준비한 내용을 들으면서, 처음 해보는 시도와 도전에 박수를 보내주었다. 반면에 아쉬움도 조금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은 누가 분석하든 똑같은 순서대로 그림이 그려질까?“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 (저자: 알렉산더 오스터왈더, 예스 피그누어, 2011, 타임비즈)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9개 블록 형태의 캔버스 모양대로 그대로 그린다. 반드시 그렇게 그려야 한다는 원칙이나 이유도 없는 데도, 모두가 같은 사각 형태와 면적, 위치, 심지어 키워드도 제목 그대로 동일하다. 각 기업이 바라보는 고객과 그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 수익구조가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9개의 관점을 견지하면서 생각해보라는 도구로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가 존재하는 것인데, 그림을 그대로 그리는 것으로 많이들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각 사업의 중요한 특징은 사라지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도 억지로 덧댐을 하다 보니 논리와 스토리가 없이 너무 그림에만 집착하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둘째, 고객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정의한다는 점이다. 6년전 스타트업 기업들을 컨설팅 했던 경험에 비춰 보면 100개 기업 중 6개 기업이 정부기관과 개인으로부터 앤젤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중 1개 기업만이 현재까지도 사업을 고도화해 나가며 영위하고 있다. 실패한 스타트업 기업 대부분은 실패 원인으로 "고객을 몰랐다."라는 점을 손꼽는다. 그리고 성공한 1개 기업마저도 "우리는 여전히 고객을 자신 있게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고객을 쉽게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창업동아리 학생들 발표 가운데 국내 유명 패스트푸드점 사례를 분석한 것이 있었다. 이들이 생각하기에 고객은 맛있는 햄버거를 찾는 소비자이고, 이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춘 메뉴를 개발하여 제공하는 것이 가치 제안이라고 말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바라보는 프레임(관점)이 한 가지에 국한된 것을 지적할 수 있다.

<그림2.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제출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모습- 그림 형식에 집착한 나머지 논리와 스토리의 연결고리가 없어 명확한 사업방향을 짚어내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을 생각해본다면, 반드시 햄버거일 필요는 없고, 커피든 아이스크림이든 시기별 트렌드에 따라 언제든지 유연하게 확장하거나 전환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은 그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싶은 개인 가맹점주로 볼 수 있다. 이들을 통해 홍보/마케팅 수수료를 얻고, 브랜드 로열티 수익과 식자재 및 조리도구 도매 유통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또한 직영점이라면 좋은 위치에 부동산을 선점하는 것도 수익모델의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최종소비자를 포함한 전체 고객과 지속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주력 고객을 구분하여 보다 면밀히 다듬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창업동아리 활동을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일반 초기창업자들도 창업과 지속적인 성장 로드맵 구축이라는 본질보다는 수상과 지원금, 상금 수령이라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경우와도 비슷하다.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 성과에 부응하기 위해 고용창출 효과를 과장되게 강조한다거나, 남이 만든 3D 프린팅 도면을 구입해서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시제품을 뚝딱 만들어 시연하거나, 실질적인 내용 없이 인맥을 활용하여 사진 한 장 찍는 MOU(양해각서)를 연출하는 등 각종 포장 수단에 집중하는 사례도 많다. 창업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해 보이는 이러한 현실들이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뿌리내지 않을까 조심스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정환 대표
이정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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