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사고 폐지, 공교육 정상화 계기 돼야
[사설] 자사고 폐지, 공교육 정상화 계기 돼야
  • 충남일보
  • 승인 2019.07.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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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이 재지정 평가에서 무더기로 탈락해 전주 상산고로 촉발된 자사고 파장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5년마다 운영성과평가를 받아야 한다.

아직 교육부의 최종 동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올해 평가받은 전국 자사고 24개교 가운데 46%인 11개교가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진보성향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공약이 일부 실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수요를 담아내기 위해 이명박 정부 때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보다 학교의 자율성을 더 확대했다.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도입 당시부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자사고를 통해 입시 명문고가 부활하고, 이는 곧 고교 평준화 정책을 흔들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이런 우려가 일부 현실로 드러나면서 자사고 폐지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가 됐다.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독점하고 고교를 서열화하면서 공교육 황폐화를 가속했다고 본 것이다.

자사고 폐지 논란이 가열하면서 사회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를 내년에 치를 총선의 이해득실 차원으로 접근하고, 또 다른 정치인들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 논쟁으로 끌고 가려 한다. 교육계는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정파적 이익에 따른 논란과 혼란 속에 방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차분히 자사고 문제를 풀어갈 대책을 논의하길 당부한다.

교육부는 교육청과 협의해 형평성과 공정성 시비를 잠재울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사고 재지정에 따른 논쟁과 혼란은 5년마다 되풀이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일반고 발전을 위한 후속대책, 즉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다.

현행 고교체제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열과 다양한 교육수요를 담아내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공교육 혁신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고교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을 내놓은 이유 중 하나다.

로드맵의 첫 단계는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 신입생 동시 선발 및 중복지원 금지’였고, 두 번째 단계가 ‘운영평가에서 기준 점수를 밑도는 학교의 일반고 전환’이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국가 교육위의 고교체제 개편 논의’다.
그러나 첫 단계는 헌법재판소로부터 일부 위헌 결정을 받았으며, 3단계 국가 교육위 출범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교육계는 이번 자사고 폐지 논란을 계기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을 수정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이번에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대해서도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연착륙 할 수 있도록 돕는 후속 조치를 교육부와 교육청이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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