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에 시집 온 이주여성 무방비 사회
[사설] 한국에 시집 온 이주여성 무방비 사회
  • 충남일보
  • 승인 2019.07.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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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폭행당하는 베트남 부인의 영상은 끔찍하고 잔혹했다. 폭행 장면이 담긴 충격적인 동영상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남편이 구석에 몰린 부인을 상대로 주먹질에 발길질을 하는 끔찍한 장면, 차마 입에 담긴 힘든 폭언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게다가 바로 옆에선 기저귀를 채 떼지 못한 두 살배기 아들이 울면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는 사실은 더욱 참혹했다.  ‘아내의 한국말이 서툴러서 폭행했다’는 변명이 기가 막힐 뿐이다.

폭행 영상은 결혼 이주 여성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극단적으로 보여줬다. 영상이 공개된 뒤 국내에서는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고 있고, 베트남 현지에서조차 한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조짐이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여성은 100만 명이고, 그 가운데 결혼을 통해 이주한 여성이 어느덧 13만명이 넘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은 배우자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체류 연장이 불가능한 현행 신원보증 제도는 유엔까지 나서 개선을 촉구했지만, 아직 바뀐 게 없다.

남편이 체류와 관련해 사실상 전권을 갖고 있다 보니, 이주 여성들로선 폭력에 무방비 상태다. 결혼 이주 여성의 가정 내 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남편의 구속으로 아내와 격리됐지만, 강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남편이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제결혼의 증가로 다문화 시대로 흐르고 있는데 폭행범에 대한 단순한 엄벌 차원을 넘어, 인권의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손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줄 안다. 이들의 인권 침해는 더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이웃의 일, 바로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파장이 커진 만큼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할 수 있는 명분과 기회가 생겼다. 가벼운 처벌 뒤 그대로 반복되는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처벌규정과 격리방안, 쉼터 마련 등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체류자가 240만명에 육박하면서 이들을 낯설어하는 정서는 많이 완화됐지만, 이른 바 잘 사는 국가와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 그리고 피부색깔에 대한 차별의식은 여전하다.

이런 차별적인 정서는 법체계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으로부터 보호할 울타리마저 변변히 없는 곳이 이주여성들이 시집 온 한국사회다. 폭력과 학대가 방치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항서 감독이 어렵사리 쌓아놓은 한국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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