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쇠뿔 잡으려다 소 죽이는 꼴 되지 말라
[사설] 쇠뿔 잡으려다 소 죽이는 꼴 되지 말라
  • 충남일보
  • 승인 2019.07.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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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던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까지 도입하는 카드를 공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정 요건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는 새아파트 분양가를 땅값과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 토지 매입 이자 등 적정 이윤을 따져 기준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오는 10월부터 분양이 예정된 만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 주목이 된다.

다시 꿈틀대는 서울 집값, 그중에서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 단지들까지 규제가 가능해지면서 서울 아파트값에 또 다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단기적으로는 집값 제동 효과를 보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 주변 시세보다 싼 ‘아파트’가 양산될수 있어 시세차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늘어 시장에 매물 잠김 현상도 심화될 우려도 뒤 따른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와 주변 주택과의 시세 차이가 커질 경우 청약에 당첨된 소수만 높은 시세차익을 누리는 ‘로또 분양’ 현상이 생길 것이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투기수요가 몰려 청약시장을 과열시키고, 그 결과 정작 실수요자의 몫은 줄어드는 등 엉뚱한 피해 사례가 나타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택 건설사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유상 옵션을 늘리거나 싸구려 자재를 쓰는 방법으로 주택 품질의 저하 가능성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현미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아냥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는 다음 정권, 아니 다음 장관 임명 후 이 규제는 다시 집값 열기에 불을 붙이는 악수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국민들은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 정책도  바뀐다는 학습효과와 내성을 그동안 경험했다. 정부가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 파악보다 ‘언발에 오줌 누기’식의 부동산 정책을 펼치면 폭탄 강도만 키울수 있다.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누르면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되레 집값을 더 끌어올리는 독소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자칫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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