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우리를 위하는 자를 품으라
[양형주 칼럼] 우리를 위하는 자를 품으라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9.07.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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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3년 몽골의 강력한 세력에 압도당했던 프랑스의 루이왕은 몽골제국이 파죽지세로 유럽 국가들을 격파하자, 정세를 파악하고 화친을 위해 사신 윌리암 루브룩을 보냈다.
루브룩이 몽골의 당시 수도였던 카라코름에 도착해 칸의 궁전으로 갔다. 궁전에는 거대한 은으로 만들어진 나무 조형물이 있었다.

‘실버트리’라고 부르는 이 나무 꼭대기에는 천사가 나팔을 불고 있는 모습이 있고 꼭대기의 네 줄기에는 각각 도금을 한 뱀이 나무의 몸통을 꼬리로 휘감은 채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데, 그 입에서는 각각 관이 연결되어 있어 위에서 아래로 음료가 분출되어 나오고 있었다.

네 개의 관에는 각각 포도주, 정제된 말 젖, 꿀로 빚은 음료수, 쌀로 빚은 술이 나오고 있었다. 나무 아래에는 네 마리의 은 사자가 있었고 발치에는 은제 항아리가 있었다. 이 항아리에 네 개의 음료가 떨어지고 사람들은 여기에 와서 음료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었다.

이 거대하고 신기하고 황홀한 조형물을 보고 루브룩은 넋을 잃었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1253년 자신의 일기에 남겼다.
말타던 유목민족이 어떻게 이런 조형물을 만들 수 있었을까? 알고보니 몽골제국이 정복전쟁을 벌이면서 윌리암이라고 하는 당시 프랑스 파리 출신의 최고의 장인을 영입해서 만든 것이었다.

몽골은 빠르게 전세계를 제패하면서, 유목민족의 특성답게 특유의 유연성과 관용으로 식민지 백성들을 수용하고 다스렸다. 기술자와 장인들을 높이 사고 매우 융숭하게 대했다.
몽골의 포용성으로 인해, 제국은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빠르게 안정되어 갈 수 있었다.

몽골인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면 신분과 출신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하였다.
제국이 성장하고 존속하려면 필수적인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제국이 포용과 관용성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조금만 달라도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상대방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고 배제하고 더 나아가 청산하려는 공격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로는 미래의 희망을 꿈꾸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인정해야 발전이 있다.

우리에게는 이런 포용성이 얼마나 있는가? 어떻게 하면 다름을 수용하고 한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을까? 나는 우리를 위하는 자를 기꺼이 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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