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서 예술 공간으로… 대구예술발전소‧수창청춘맨숀
폐허에서 예술 공간으로… 대구예술발전소‧수창청춘맨숀
[여름시즌] 한국관광공사 선정 '내가 추천한 숨은 관광지'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9.07.17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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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발전소의 moon flower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가족_사진촬영 문일식(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대구예술발전소의 moon flower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가족_사진촬영 문일식(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대구예술발전소‧수창청춘맨숀-대구 중구 달성로22길

대구예술발전소는 지난 2013년 3월 개관했다. 1949년 공장 창고로 지은 건물은 전매청과 한국담배인삼공사의 대구연초제조창으로 사용되다가, 1999년 문을 닫았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역 근대산업 유산을 활용한 예술 창작 벨트 조성’ 계획의 시범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이 곳은 레지던시를 중심으로 한 전시 공간이지만, 공연까지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을 추구한다. 자연스럽게 즐기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 단위 여행자가 많다.

1~2층 전시관에서는 제법 규모가 큰 전시가 열린다. 지난달 26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대구 아트 레전드 : 이상춘’전이 계속된다. 지역 청년 작가 120명이 참가해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구 최초의 현대 예술가 이상춘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작가가 생전에 회화, 콜라주,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을 한 것처럼 전시회 역시 설치, 영상, 아카이브, 퍼포먼스, 연극, 무대미술 등 장르를 아우른다.

1층 윈도갤러리에서는 ‘9기 입주 작가 릴레이 소개전’이 한창이다.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에 입주한 9기 작가들이 1팀당 6일씩 외부 윈도갤러리에서 순차적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기간 중 6월 14~16일에는 레지던시 입주 작가의 작업실을 개방해 작품 활동하는 모습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레지던시 오픈 스튜디오 행사도 진행했다.

대구예술발전소에는 인생 사진을 찍기 좋다고 입소문 난 곳이 있다. 커다란 달을 그린 변지현 작가의 ‘Moon Flower’ 앞이다. 밤하늘에 걸린 보름달의 휘황찬란한 모습이 벽면을 채운다. 벽화인지라 자연스럽게 기증된 작품이다. 한때 이 작품 앞에서 찍은 사진이 SNS를 후끈하게 달궜다. 지금도 ‘Moon Flower’를 찾는 여행자가 많다.

대구예술발전소의 전경_사진촬영 문일식(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대구예술발전소의 전경_사진촬영 문일식(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대구예술발전소는 올 11월 30일까지 ‘수창동 기록일지’와 ‘만권당 돗자리 책방’을 진행한다. ‘수창동 기록일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동 주변 모습을 담는 어반 스케치(urban sketch) 프로그램이다. 계절에 따라, 해마다 변하는 어반 스케치는 작품 전시와 함께 수창동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열리는 ‘만권당 돗자리 책방’은 판매자가 추천하는 책을 팔고, 판매자끼리 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무료 관람이지만, 입구에서 티켓을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11~3월은 오후 6시), 월요일과 명절 당일에 휴관한다.

대구예술발전소와 이웃한 수창청춘맨숀은 1976년부터 연초제조창 사택으로 사용됐다. 1996년 이후 20년 넘게 방치되다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 재생 사업에 선정되면서 2017년 12월 문화·예술 공간 ‘수창청춘맨숀’으로 공식 개관했다. 이듬해 11월, 대구현대미술가협회가 수탁 운영을 맡으며 정식 개관했다.

연초제조창 사택으로 쓰인 A~B동은 리모델링해서 복합 예술 공간으로 거듭났고, 새로 지은 C동은 A동과 B동을 이어준다. 입구인 A동 1층은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북 카페, 아트 숍, 무인 카페가 자리한다. 내부에는 ‘안녕 수창, 안녕 청춘’이 새겨진 네온이 반갑게 맞이하고, 커다란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고즈넉하다.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시실이다. 어느 집의 거실, 안방, 화장실이었을 법한 곳이 모두 전시 공간이 됐다.

수창청춘맨숀의 구 전매청 사택의 역사를 만나는 공간_사진촬영 문일식(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수창청춘맨숀의 구 전매청 사택의 역사를 만나는 공간_사진촬영 문일식(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수창청춘맨숀은 거의 손대지 않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건물 외부는 베란다 난간 크기에 맞게 시각예술 작품을 걸었고, 계단과 복도의 우편함, 전등 스위치 등에도 설치미술 작품으로 꾸몄다. A동과 B동으로 나뉘지만 정해진 동선은 없다. 어디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품이 있고, 눈이 가는 곳마다 전시된 작품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수창청춘맨숀에서는 지난달 30일까지 청년 예술가 20명이 참여한 기획전 ‘청춘! 아팝트Ah, popped’를 열었다. 아파트라는 공간적 특성에 ‘popped(톡톡 튀다)’를 붙였다. 멋진 구두 위에 침처럼 촘촘히 붙은 인간 군상을 담은 작품, 물질 만능주의에 물든 피노키오와 뽀빠이, 호빵맨을 표현한 작품, 우기(雨氣)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만든 작품 등 젊은 작가의 창의적이고 개성이 통통 튀는 작품이 전시됐다.

연초제조창 사택의 이야기도 있다. 당시 이곳에 근무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연초제조창이 있던 곳인 만큼 환희, 솔, 거북선, 88 등 담뱃갑을 종류별로 모아놓은 액자가 인상적이다.

수창청춘맨숀의 피노키오_사진촬영 문일식(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수창청춘맨숀의 피노키오_사진촬영 문일식(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수창청춘맨숀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수창청춘극장’이다. 두 동밖에 안 되는 3층 아파트 건물에 공연장이 있을까 싶다. ‘수창청춘극장’은 청년 예술가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진행하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으로, 공연장이 따로 없다. 화장실이 무대면 거실은 객석이 되고, 아파트 앞마당이 무대면 테라스가 객석이 된다. 신선한 발상이다. ‘수창청춘극장’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공연한다.

시민 문화 예술 교육 프로그램 ‘나만의 커스텀 토이 만들기’도 있다. ‘청춘! 아팝트Ah, popped’ 참여 작가가 시민과 소통하며 체험한다. 매달 넷째 토요일에는 ‘수창피크닉’이 열린다. 마당에서 청년 예술가들이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핸드메이드 소품을 판매하는 아트 마켓이 벌어진다. 북 카페에서 돗자리를 펴고 독립 영화를 즐기는 ‘돗자리영화관’도 흥미롭다.

수창청춘맨숀은 무료 관람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11~3월은 오후 6시), 월요일과 명절 당일에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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