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산물 풍년의 기쁨보다 농민들은 슬퍼한다
[사설] 농산물 풍년의 기쁨보다 농민들은 슬퍼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7.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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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기후조건에다 평년보다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난 양파, 마늘, 보리 등의 여름 농산물이 대풍을 이뤘다.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있어 재배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농촌에서는 “앞으로는 풍년이 들지 말라고 기원해야 할 판이 됐다”는 푸념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농산물의 과잉 생산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정부는 수매 확대와 생산 격리, 소비 촉진 등에 나서겠다는 등 예전과 독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풍작을 이룬 보리, 마늘, 양파 등을 정부가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나랏돈이 들어가는 대책 세우기에 소란만 피울 뿐 농업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있는 생산대책은 요원하여 농민 과보호 정책의 민낯을 보여주기에 치우칠 뿐이다.

농산물의 과잉 생산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데 언제까지 수매 확대와 생산 격리, 소비 촉진 등 임시 처방으로 대응할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 좁은 국내 소비 시장의 한계를 깨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많은 예산을 투입, 차액을 보전하는 등 가격 안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대책은 역부족이다.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정부의 수급조절의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

수급조절 매뉴얼까지 마련, 시행하고 있지만 대응이 늦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재고량과 작황을 분석, 수급예측을 정확히 판단, 제때에 농가에 알려 특정 품목에 재배가 쏠리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민들은 마늘, 양파, 보리 등의 가격폭락으로 일부 농산물은 노상에 적재해 놓고 있어 보관에도 애로를 격고 있다. 현재 이들 농산물 가격은 병해충약제·퇴비·수확인건비·운반비 등 영농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다.

애써 기른 농산물이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넘겨야 하는 농민의 아픔을 외면해선 안 된다. 농업은 유망한 수출 산업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유통 혁신으로 농산물 시장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 농업은 여전히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국내 시장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높을뿐 해외수출 등 넓은 시장개척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 늦기전에 농업과 관련 분야를 경쟁력 있는 글로벌 산업으로 키워야 할 것이다. 풍년의 기쁨보다는 슬픔에 잠겨 있는 농가를 위해 발빠른 대책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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