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일까지 생겼나
[사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일까지 생겼나
  • 충남일보
  • 승인 2019.07.3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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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대일 외교 최전선에서 터진 성추행 의혹은 정말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교부에 기강이 있는지 따져 묻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외교부에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는데 일본 주재 총영사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피해 여직원이 성추행 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고, 권익위가 사실관계 확인을 경찰에 수사 의뢰함으로 밝혀졌다.

한국 외교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지만 외교부 공무원들의 일탈행위는 그칠 줄 모랐다. 하필이면 일본과 무역분쟁이 벌어진 시점에 이런 일이 터졌다. 대일 외교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우리 공관은 내부 문제로 제 기능을 못할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일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다른 누구도 아닌 일본 현지의 총영사가 이런 추태를 저질렀다니 할 말을 잃게 했다.
정확한 사정은 경찰 수사가 끝나 봐야겠으나 문제의 50대 총영사가 일본에서 귀국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이 성비위 사실을 확인한 모양이다. 총영사는 일반적인 영사 업무에다 경제 관련 해외 업무를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다.

일본을 대상으로 불매운동까지 벌어진 중차대한 시점에 총영사라는 이가 이런 한심한 작태를 보였다니 나사가 빠져도 보통 빠진 게 아니다.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외교부의 어이없는 기강 해이 사례는 잊힐 새도 없이 꼬리를 물고 터진단 말인가? 외교관의 기강 해이는 국익과 직결된다. 나사 풀린 정신 상태로는 치열한 외교 무대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외교부의 기강 해이는 기필코 바로 잡아야 한다.

외교부 내의 잇단 잡음은 강경화 장관의 리더십 부재 탓도 크다. 강 장관은 첫 외교부 여성 수장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외교 수완이나 조직 관리에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만간 단행될 개각에서 무능 장관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외교부에서 불거지는 사건사고들이 더이상 개인의 일탈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강 장관의 근본적인 역량 부족이 심각하게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안팎으로 줄줄 새는 바가지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지금 한국이 맞닥뜨린 난제 가운데 외교 문제가 아닌 것이 없다. 북핵이 그렇고, 일본이 그렇고, 경제와 안보에 모두 직결된 대미, 대중 관계가 또 그렇다. 외교부를 어설픈 상태로 방치할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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