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정치권·대학 모두 힘 합쳐야 한다
[사설] 정부·정치권·대학 모두 힘 합쳐야 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8.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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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부터 대학 강사법이 시행됐다. 2010년 고달픈 처지를 비관해 조선대 시간강사가 목숨을 끊은 후 이듬해 강사법이 제정된 지 무려 8년 만이다. 대학 반발로 4차례나 유예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시행에 들어갔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대학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기존 강사들을 대량 해고하거나 강의를 대폭 줄였고 법 시행과 함께 구조조정이 노골적으로 번졌다.
대학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하고 있는 이 법이 되레 강사들의 고용 안정을 해치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주요 5개 대학은 법 시행에 앞서 올 1학기에 주로 강사들이 맡는 교양과목 수를 이미 6~23%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고된 대학 강사들뿐 아니라 강의를 따낸 강사들도 강의 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주 6시간’ 제한 때문에 오히려 급여가 줄었다.

학생들도 강의 수 축소, 강의 대형화로 수업선택권을 침해받고 있다. 박봉에 시달리고 고용이 불안정한 ‘보따리 장사’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 한다는 법 취지는 옳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대학이 강사들에게 방학 중 급여와 퇴직금, 건강보험료 등을 지급하려면 추가 재정 부담이 뒤따르다 보니 대학만을 탓할 수도 없게 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 소요예산은 연간 2965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2학기 방학 중 임금 지원액으로 확보한 예산은 여야가 합의한 금액의 절반인 겨우 288억원에 불과하다. 11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강사법 시행은 대학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강사법이 일단 시행에 들어갔지만 교육부는 제도 허점을 찾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어찌 보면 강사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무엇이든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무엇보다 8년의 기다림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강사법이 본래 취지와 목적대로 시행되려면, 결국 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막연히 기다릴 수는 없다. 장기적·근본적인 강사법 안착방안이 시급하다. 일시적·단편적 재정지원과 압박식 평가지표 연계는 강사법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강사법 안착방안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정치권, 대학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학문후속세대가 학문의 미래, 대학의 미래, 국가의 미래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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