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수출허가… 명분쌓기 아닌지 경계해야
[사설] 日 수출허가… 명분쌓기 아닌지 경계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9.08.0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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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허가했다는 소식이 8일 전해졌다. 일본 언론 매체들이 보도한 데 이어 이낙연 총리도 이날 열린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이 수출 허가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것이어서 큰 관심을 끈다. 강경 대응을 고수해온 일본이 확전 자제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자기네 조치의 명분을 쌓기 위한 얄팍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 상황이다. 우리의 신중하면서도 현명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관련된 소식은 또 있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중국 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대한 에칭 가스 수출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 기업이 지난 6월 중순 삼성전자 시안(西安) 공장에 에칭 가스를 수출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신청했고, 이달 5일 허가를 받았다.
일본의 수출관리가 강화되면서 삼성전자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우시(無錫) 공장 등 해외 중요 반도체 생산 공장들도 불화수소 등 필수 소재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이번에 수출허가가 나면서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런 소식들은 전날 일본이 수출규제 시행세칙을 발표하면서 절차가 까다로운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은 것과 맞물려 일본이 한국과의 경제전쟁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을 불러왔다.

수출허가를 내준 것을 ‘확전’으로 해석할 수는 없으므로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개별신청 건에 대한 몇 개의 허가 소식으로 일본의 보복적 수출규제 기류가 변했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진단이다. 일본 당국자의 발언이나 언론의 평가를 보면 오히려 일본 측의 ‘명분쌓기’ 작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은 지난달 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주요 부품의 수출 규제를 발표한 뒤 우리 정부로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검토 등 강한 반발을 맞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이번 수출허가로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금수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엄정한 심사를 거쳐 안보상 우려가 없는 거래임을 확인하고 수출허가를 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건(한국 수출규제)은 반복해서 설명한 것처럼 금수 조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이 수출허가를 내준 속내가 어떤지를 지금 훤히 꿰뚫기는 어렵다. 미·중 무역전쟁이 더 치열해진 상황에서 한일 간 경제전쟁이 확산하면 두 나라 모두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더 커진다.

우리도, 일본도 작금의 상황을 놓고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확전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은 정치적 문제에 경제를 끌어들인 것이 무모한 것이었음을 깨달아야 하며,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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