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공 침범에 이은 러 군용기의 KADIZ 무단진입
[사설] 영공 침범에 이은 러 군용기의 KADIZ 무단진입
  • 충남일보
  • 승인 2019.08.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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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용기가 지난달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데 이어 지난 8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다시 무단 진입한 것으로 알려져 걱정스럽다.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를 비행하던 러시아 TU-142 초계기 2대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무단진입해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이 긴급 발진했다.

당시 이 군용기들은 독도 동쪽과 제주도 남쪽에 있는 KADIZ도 무단진입했다. 한국 공군은 전투기들을 출격시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러시아의 이번 KADIZ 침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머문 시간이 짧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외국 군용기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한 사건을 계기로 항공 방위가 새로운 안보 현안으로 떠올랐다.

외국 군용기를 향한 한국 공군기의 첫 경고 사격을 유발했던 이 사건을 놓고 한국과 러시아는 영공 침해 여부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지난 2일 국회가 당시 KADIZ와 영공을 침범한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동북아 안전위협 행위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다.

방공식별구역은 국가안보 목적상 외국 군용항공기의 식별을 위해 자국 주변 상공에 임의로 설정한 구역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자국 방공식별구역으로 각각 KADIZ, CADIZ, JADIZ를 설정하고 있다.

영공은 아니지만, 이 구역으로 진입하려면 사전에 비행목적과 비행경로 등을 해당국에 통보하는 것이 국제관례다. 올해 들어 KADIZ에 진입한 군용기는 중국 25차례, 러시아 13차례다. 러시아는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으며, 영공을 침해하고도 부인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악명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의 KADIZ 및 영공 침범은 우리의 영공수호 태세를 떠보고, 대응 능력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양국 간 약한 고리인 독도 상공을 고의로 침범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영공과 KADIZ 침범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안보·경제 갈등은 무역, 통화 전쟁으로 격화했다. 한반도는 냉전과 분단 체제를 종식하려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일본이 강제징용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한국에 경제보복을 가함으로써 기존 한일 관계에 큰 충격을 준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불안과 소외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다.

한반도 주변 정세 관리가 우리의 중대 외교 현안으로 부상했다. 영공 침범이 다시 발생하거나 KADIZ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관련국에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영공은 물론 방공식별구역을 서로 존중해 불필요한 충돌을 막는 협력과 노력이 한, 중, 일, 러 사이에 긴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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