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은 책임도 묻고 기강도 바로 잡아라
[사설] 경찰은 책임도 묻고 기강도 바로 잡아라
  • 충남일보
  • 승인 2019.08.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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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강에서 발견된 ‘몸통시신 사건’ 피의자의 얘기다. 피의자는 자수를 하려고 새벽에 서울경찰청을 찾았다. 그러나 안내실 직원들이 “다른 경찰서에 가 보라”며 돌려보낸 사실이 밝혀져 경찰의 기강 문제가 튀어 나왔다.

평소 경찰의 업무 태세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한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당사자가 자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몇 마디 문답 처리로 돌려보냈다는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당직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판단했기에 빚어진 일이다.

당직 근무자가 “무엇 때문에 자수를 하러 왔느냐”고 물은 것이 고작이라고 한다. 이에 피의자가 “강력계 형사와 만나고 싶다”고 답변하자 더 묻지도 않고 “가까운 종로서로 가라”고 했다. 피의자가 곧바로 택시를 타고 종로서 형사과를 찾아 자수했기에 망정이지 행여 도중라도 마음이 바뀌어 도주했다면 한동안 피의자를 쫓느라 온통 떠들썩했을 것이다. 흉악범이 제 발로 찾아왔는데도 안일하게 대응해 놓칠 뻔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에는 범인이 자수할 경우 사건 관할 지역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접수하고, 부득이 사건을 다른 경찰서에 인계할 때는 피의자 인도서를 작성하고 관련 기록을 남기라고 규정돼 있다.

이런 상황이면 그쪽의 경찰을 불러 어떤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당시 경찰은 이런 규칙을 철저히 무시했다. 다행히 피의자가 다시 경찰관서를 찾아 자수했을 망정이지 마음을 고쳐먹고 달아났다면 어찌 됐겠나? 엽기적인 사건의 해결이 장기화되고 범인 검거에 경찰력이 대대적으로 동원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경찰 내부의 전반적인 근무 태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서울 경찰이 이런 실정이라면 지방 경찰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권 독립이니 자치경찰이니 하는 얘기를 꺼내야 하는지 경찰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범죄단속과 치안유지에 있어서는 한눈을 팔면서 자기 권한을 챙기겠다는 태도라면 단호한 반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찰에게 어떻게 범죄 수사와 치안을 믿고 맡길 수 있겠나.

경찰의 무사안일, 기강해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생각만해도 황당하고 아찔할 뿐이다. 경찰은 여전히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식의 입에 발린 소리만 하고 있다.
경찰은 지휘 책임도 철저하게 물으면서 기강을 제대로 바로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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