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언] 경찰을 상머슴으로 부리기 위해서는
[제 언] 경찰을 상머슴으로 부리기 위해서는
  • 아산경찰서 생활안전계장 경감 한 만 규
  • 승인 2008.06.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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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부잣집에는 머슴이란 일꾼을 두고서 한해의 농사를 짓곤 했는데 머슴 중에서도 노동 능력에 따라 보통 쌀 10가마 이상을 받는 남자를 상머슴, 6~9가마를 받는 중 머슴, 5가마 밑으로 받는 애기 머슴으로 나뉘었으며 보통 1년치를 쌀로 계산해서 세경(지금의 연봉)을 주었다.
이와 같은 머슴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공무원은 국민의 머슴(서번트)이 되어야 한다”고 지칭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머슴은 주인보다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고 집 주변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 저녁 늦게까지 농사와 온갖 잡다한 일을 해야 하는 고달프고도 힘든 직업이라는 점에서 공무원 사회에 무한 봉사와 희생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찰이라는 직업은 타 공무원에 비해 가장 머슴에 가까운 일을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범죄예방순찰부터 시작하여 범죄수사, 집회시위관리, 교통단속 등등 거의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일들로써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밀접하게 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찰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건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존재이나 본래 주 임무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물리적 제재수단이 수반되는 업무 특성 때문에 일부에서는 별로 달갑지는 않은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회 질서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악역(?)을 도맡아 해야 하는 힘들며 고달프고도 외로운 직업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하지만 정작 본인의 잘못은 무조건적인 관용을 기대하는 집단 이기주의와 함께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한 공권력 불신과 무시풍조가 팽배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일선 지구대에서는 아직도 주취자의 행패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사소한 교통위반이나 경범죄 단속조차도 갖은 억지와 시비로 한참 동안을 애를 먹어야 하는 것이 아직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강성 시위대가 엄정한 법질서가 바로 선 미국에 원정 가서는 법을 잘 지키는 순한 양으로 돌변(?)한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사회의 공권력 무시풍조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해주는 단면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최근 경찰청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사회에 만연된 공권력 불신과 무시풍조를 근절하여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운동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국민편익 위주의 공감 받는 행정으로 경찰의 신뢰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조직원들의 불미스러운 일련의 사안들로 인해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으면서 경찰내부에서는 뼈를 깎는 자기성찰과 함께 경찰조직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경찰청에서는 이에 대한 일환으로 어청수 경찰청장이 취임하면서 내근인력을 10% 감축하여 지구대, 교통, 형사 등 외근 부서에 전진 배치하는가 하면 정부기관 최초로 선진 일류경찰을 향한 액션플랜(행동계획)을 마련 각 부서마다의 업무방향을 구체화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국민 편익을 위한 경찰서 야간 휴일 24시간 민원센터 설치, 아동대상 범죄예방 학교주변 아동 지킴이 집 운영, 잘못된 관행에 대한 자기성찰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경찰조직 쇄신방안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은 주인인 국민의 관심과 격려와 신뢰가 없이 경찰조직 혼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우리사회를 법질서가 바로 선 건강하고 안전한 선진 사회라는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머슴인 경찰과 주인인 국민이 다 같이 동참하여 지혜를 모을 때 이루어질 것이다.
벌써 5월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농번기다. 이제 머슴은 일년 농사를 잘 짓기 위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했다.
머슴의 잘못된 습관에 대한 질책도 필요하지만 주인의 관심과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가 더욱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앞으로 경찰을 중 머슴이나 애기 머슴이 아닌 머슴 중에서도 으뜸인 상머슴으로 부리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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