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여성의 삭발은 다르다
[충남시론] 여성의 삭발은 다르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9.09.18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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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아이의 배냇머리를 성별불문하고 짧게 깎아주는 게 흔했다. 남자들이 군대가기 전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입대를 하는 것도 여전하다.

두발 자유화 이전 학창 시절을 보낸 남자들은 모두 삭발한 경험이 있다.

또 성년 이후에 삭발을 시도할 경우 연예인, 운동선수를 제외하면 사회생활에서는 반항심으로 치부되기 때문에 삭발은 주의가 요구된다. 때문에 남자들은 삭발의 기분이 어떤지 알겠지만, 대부분의 여자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 삭발을 하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오랫동안 가꿔온 긴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도 큰 결심일 텐데 아예 삭발이라면 어떤 심정일지 짐작이 간다.

현대사에서 여자의 삭발은 형벌의 한 형태와도 같다.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가 2차대전 말 찍은 사진 ‘전쟁과 여인’은 삭발당한 프랑스 여자가 군중에게 둘러싸여 손가락질 받는 장면이 있고, 나치는 유대인들을 강제 수용하면서 여자도 머리를 모두 밀게 했다.
여자의 긴 머리카락으로는 카펫을 짜거나 독일 아이들을 위한 고급 인형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는 당시 잘라낸 유대인들의 머리카락이 전시돼 있다.

여배우들이 연기를 위해 삭발하는 경우도 화제가 됐다. 강수연은 전성기 시절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찍으며 극중에서 삭발을 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영화 ‘지아이 제인’의 데미 무어, ‘매드맥스’의 샬리즈 세런도 삭발한 모습 자체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탤런트 김정은은 TV 드라마에서 삭발하는 역할을 맡은 뒤 스타 반열에 우르기도 했다.
연기자나 비구니 말고는 여성이 스스로 삭발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의 조국 장관의 임명을 놓고 항의하는 뜻으로 정치권의 여성 국회의원이 공개 삭발해 화제가 됐다.

이들 의원들은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선전포고”라며 이에 대한 항의와 분노를 삭발로 표현했다. 그들로서는 더 이상 강한 항의 방법을 찾지 못해 삭발을 결심했을 것이다. 그들은 조 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여성 국회의원들이 릴레이 삭발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삭발에 앞서 굳은 표정으로 “조 국 법무장관을 해임하고 국민들께 사과하십시오. 조 국과 그 일가를 둘러싼 모든 의혹에 대하여 철저한 수사를 약속하십시오”라고 강력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폭정을 막아내자는 뜻을 보여줬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남자 국회의원들의 집단 삭발은 있었으나 여자 국회의원들은 처음이기에 국민들이 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 것이다. 며칠 전 제1 야당 대표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했고 이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정치인들이 리레이식 삭발에 동참했다.

이 일로 국민들도 첨예하게 대립하며 양 진영으로 나뉘어 모든 사안에 극심한 다툼으로 번져가고 있다. 조 국 장관의 사태가 대립과 다툼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조 국 장관의 임명 강행은 정치권에 기름을 부었고 정국은 꽁꽁 얼어붙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 앉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절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금 제발 ‘진정한 국민 통합의 역사’가 이뤄지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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