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끈질긴 수사의 개가… 미제사건 규명 계기 되길
[사설] 끈질긴 수사의 개가… 미제사건 규명 계기 되길
  • 충남일보
  • 승인 2019.09.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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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첫 발생한 뒤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특정됐다. 온 국민의 관심과 두려움을 불러왔던 이 사건은 이후 크게 발전한 과학수사 기법의 도움을 받아 첫 사건 발생 후 33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진범 확인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당시 피해자에게서 수거한 DNA가 용의자 것과 일치한 것도 지금 단계에서는 사건 해결의 단서일 뿐 용의자를 진범으로 확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지목됐다는 것을 보면 끈질긴 수사의 큰 성과로 보인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가 성폭행 뒤 살해된 사건이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범인은 ‘중간 정도의 키에 20대 중후반’이었다. 이번에 특정된 용의자가 56세로, 당시 20대였다.

8차 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혔지만 모방 범죄로 밝혀졌고 다른 사건들은 미제 상태로 남았다. 사건에 동원된 경찰 연인원이 205만여 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가장 많았고 수사대상자가 2만 1280명, 지문대조자 4만 116명 등 기록도 최고치다.

이미 마지막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나 범인이 잡혀도 처벌이 어렵지만 경찰이 포기하지 않고 수사를 계속해 단서를 잡아낸 것은 정의의 실현과 진실규명을 위해 바람직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특히 당시 수사기록과 증거물을 보관하고 여러 제보에 대해 사실확인을 계속함으로써 사건은 반드시 해결된다는 믿음을 준 것이 중요하다. DNA 분석 기법의 발달로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증거를 통해 범인을 잡아낼 수 있게 된 점은 범죄 없는 사회를 갈망하는 국민들에게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일반의 기억에서는 점차 사라질지 모르지만 피해자나 유족들의 마음에는 더욱 견고하게 남는 법이다. 이런 사례가 쌓이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는 힘들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직 남아있는 수많은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이 사건 용의자는 다른 살인사건을 저질러 무기징역 형을 받아 수감 중이다. 용의자가 진범으로 확인되더라도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공소시효가 지나 현 사법체계로는 달리 처벌할 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국민이 이런 상황을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온 국민, 특히 여성들을 떨게 만든 범인이 확인됐는데도 공소시효 문제로 처벌할 길이 없다면 문제다.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2015년 법 개정으로 폐지됐지만 이번 화성 연쇄살인 사건처럼 이미 법 개정 전에 공소시효가 끝나버린 사건에 대한 처리방법은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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