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 안 하는 국회’ 민낯 또 드러낸 유치원 3법
[사설] ‘일 안 하는 국회’ 민낯 또 드러낸 유치원 3법
  • 충남일보
  • 승인 2019.09.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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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 하는 국회’의 민낯이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해 또다시 여실히 드러났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이 법안들이 국회 파행으로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논의 없이 본회의 표결로 처리 여부가 결정 나게 된 것이다.

유치원 3법은 작년 12월 2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으나 해당 상임위인 교육위는 단 한 차례도 법안을 논의하지 않고, 지난 6월 25일 법안을 법사위로 넘겼다. 법사위조차 법안 심사 일정을 잡지 못한 채 ‘숙려 기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결국 유치원 3법은 국회 일정으로 볼 때 오는 11월 22일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될 전망이다.

유치원 3법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국가지원금과 학부모 분담금 회계를 단일화하고, 교비를 교육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형사처벌 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사유재산 침해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면서 집단 폐원 사태를 주도했다. 자유한국당도 국가지원금과 학부모 분담금을 분리한 이중 회계를 허용하고, 형사처벌 하는 조항을 삭제한 대안을 내놨다.

한국당은 에듀파인 도입, 단일 회계 운용, 누리과정 지원금 체계 현행 유지, 형사처벌 도입이 담긴 바른미래당의 중재안마저 거부해 교육위는 표결을 통해 유치원 3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유치원 3법이 단 한 차례 논의조차 없이 본회의 회부된 것을 두고 여야는 ‘네 탓’만 되풀이한다. 박용진 의원은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과 유아교육의 공공성 확보라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상식을 담은 법안임에도, 한국당과 한유총 잔존세력의 집요한 심사 방해에 결국 상임위에서 말 한마디 꺼내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당은 “여야 합의 처리하기로 했던 것인데 민주당이 자기들 안으로만 밀어붙인 것 아니냐”고 맞받는다.

패스트트랙은 2015년 5월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국회선진화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로 포함됐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일정 기간(최대 33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문제는 본회의 상정까지의 기간이다. 패스트트랙 1호 안건인 ‘사회적 참사법’은 안건에 오른 지 336일 지나서야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패스트트랙 2호인 유치원 3법 역시 마찬가지다. 패스트트랙은 사실상 ‘슬로 트랙’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선거제 개혁법안과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 올해 패스트트랙에 오른 다른 법안들도 유치원 3법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커진다. 여야는 국민적 관심사인 이들 법안만큼은 제대로 논의해서 본회의에 회부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회가 반복적으로 직무유기 행위를 되풀이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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