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DMZ 평화지대’ 비전, 전쟁없는 한반도 초석 되길
[사설] ‘DMZ 평화지대’ 비전, 전쟁없는 한반도 초석 되길
  • 충남일보
  • 승인 2019.09.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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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조성하자는 비전을 밝혔다. 북한 체제 안전과 한반도 항구평화를 담보하려는 청사진으로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첫 회담을 하고서 채택한 4·27 판문점선언에도 DMZ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어가자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생태·문화기구 유치, 유엔지뢰행동조직 등과 DMZ 지뢰 협력 제거,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평화협력지구 지정 같은 세부 조처를 포괄해 일종의 ‘종합판’ 구색을 갖췄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발표 장소가 유엔 무대였다는 것도 의미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의 인계철선’ 구실을 하는 지역을 넓히는 건 나쁘지 않다. 남북 협력 실체인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기약 없는 정세에서 이런 평화 구상이 어떤 상황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중요한 것은 비전과 실천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모든 것의 대전제는 역시 북한의 비핵화 진척과, 이에 비례해 증진될 국제사회의 대북 신뢰다.
북한이 핵실험 중단을 통해 미래 핵에 대해선 동결에 가까운 실천을 했지만, 과거 핵과 현재 핵의 폐기나 제거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해법 모색을 위한 북미 실무협상이 2~3주 안에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고, 그 결과에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달린 형국이다.

북한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만 강고한 대북제재 시스템이 약화하며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환경이 허락한다면 작년 9·19 군사합의 체결에 따라 단행된 DMZ 내 감시초소(GP) 폐쇄, 적대행위 중지,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처럼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여러 실천을 이어가서 정세 전환을 끌어내야 한다.

문 대통령은 평화 비전과 더불어 전쟁 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을 한반도 문제 해결 3원칙으로 제시했다. DMZ에는 아직도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있다고 한다. 지구상 유일한 냉전 지대로 남은 한반도의 현주소다. 그걸 잘 아는 문 대통령이 17분간 연설하며 가장 많이(54차례) 사용한 낱말은 ‘평화’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이던 2017년 7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담은 베를린구상을 내놓았을 때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평창에서 시작된 평화 무드는 ‘한반도의 봄’으로 이어졌고,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을 가져왔다.

한미동맹에 기초한 자기방어력을 철저히 갖추고 실사구시의 실천만 잘한다면 뉴욕구상도 베를린구상처럼 빛을 볼 때가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판단한다. 문 대통령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진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가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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