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로남불’ 말고 건전, 생산성만 기대한다
[사설] ‘내로남불’ 말고 건전, 생산성만 기대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09.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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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까지도 숙청된다.’ 과거 공산 국가에서 숙청된 사람은 모든 기록물에서 사진까지도 삭제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마오쩌둥(모택동) 사망 후 덩샤오핑(등소평)에게 숙청된 장칭 등 4인방이 좋은 예다.

최근 구미시가 구미공단 설립 50주년을 맞아 제작한 홍보 영상물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을 모조리 빼버렸다. 이 홍보 영상은 지난 18일 구미 코엑스에서 공개됐는데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빼 시민들로 부터 반발을 샀다고 한다.

구미공단이 설계하고 만든 주인공을 홍보 영상에서 지워버렸다는 것. 시는 제작업체의 실수라고 하지만 시사회까지 한 것을 보면 의구심이 든다. 게다가 홍보영상에 박 전 대통령을 빼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만 등장시킨 것은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시는 행사 전 홍보 영상물 보고회도 열었고 2번의 시사회도 가졌는데도 기념행사에 그대로 상영한 것은 논란은 피할수 없다. 이로인해 한 때 장세용 구미시장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장식하기도 했다.

좋은 이유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좋지 못할 일 때문에 구미시를 뜨겁게 달궈 찝찝했다. 구미시는 공단 50주년 기념을 위해 시민들과 공단 근로자들이 공단의 역사를 상기 시키고 새로운 도전 50년을 기념하기 위해 각종 기념 행사를 열었는데 홍보 영상물 때문에 기분을 잡치게 했다.

구미시장은 여당 소속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지우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장 취임 후 박정희 새마을테마공원을 조성하고도 차일피일 개장을 미루다 경북도가 운영을 맡기로 해 빈축을 산적도 있다. 또 지난해는 구미시청 새마을과를 폐지하려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없던 일이 되는 등 박정희 색깔지우기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고 한다. 이번 일은 제작업체의 단순 ‘실수’로 보이지 않아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과거 공산국가에서나 있었던 ‘사진 숙청’이 민주국가에서 버젓이 재연듯해 개탄스럽다. 중국 등소평은 ‘공이 일곱 가지이고 과가 세 가지’인 모택동을 중국 근대사의 최고 지도자로 받들였다는 얘기도 있다. 이는 인생만사에 공과 과, 득과 실, 미와 추의 상반된 면이 공존한다는 진리를 일컫는 것일 게다. 중국은 이런 ‘공칠과삼’ 인식으로 안정된 통치체제를 만들었고 사회와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국내에서는 ‘공칠과삼’ 정도가 아니라, ‘공팔과 이’ 혹은 ‘공구과 일’로 평가 받는 지도자라도 존경할줄 알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을 위해 저마다 내로남불 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건전하고 생산성이 있는 일들만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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