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권위적인 나, 권위있는 당신
[양형주 칼럼] 권위적인 나, 권위있는 당신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9.09.29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년 4월 10일 폴란드 대통령을 태우고 가던 여객기가 추락한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비행기에 탑승했던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참사였다.

비행기가 추락하기 전에 공항주변에는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 관제탑에서는 짙은 안개로 인해 다른 곳으로 회항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비행기는 그 지시를 듣지 않고 무려 네차례나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가 결국 사고가 났다.
사고 후에 발견된 블랙박스의 기록을 조사한 결과, 조종사가 상당히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기장이 위험신호를 여러차례 기장에게 보냈지만 이를 무시하다가 일어난 참사였던 것이다.

폴란드 비행기 추락사건이 일어나고 사흘이 지나 폴란드의 최대 일간지인 가제타 비보르차에는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대한항공의 교훈’ 핵심내용은 한국을 본받자는 것이했다. 1997년 괌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때 블랙박스에 저장된 대화기록을 보면 사고가 일어나기 전 부기장이 위험을 감지하고 기장에게 네 번이나 기체 위험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기장은 권위적으로 그 경고를 계속 무시했고 결국 사고가 났다. 이런 큰 사고들을 거치면서 대한항공의 권위적인 문화가 급속도로 바뀌었다.
먼저, 비행기 조종중에 일어나는 의사소통과 주요한 기술적 용어들을 영어로 사용하게 해서 계급적인 의식에서 벗어나도록 격려했다. 또 민간인 출신 비행사들을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권위적인 문화가 약화됐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권위있어 보이려고 할 때가 많다. 이때 우리가 착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권위적이면 권위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권위적일수록 주변의 많은 관계가 깨지는 것을 종종 경험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권위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권위가 발휘하는 즉각적인 영향력 때문이다.
사람들은 권위 앞에 머리를 곧바로 숙인다. 또 권위 앞에 권위있다고 하면 곧바로 약해진다. 아무리 힘이 세도 권위있는 사람앞에서는 그 힘을 굴복시킨다.
이런 권위의 힘을 아는 사람은, 할수만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심지어는 거짓으로라도 자신을 포장해서 권위있는 척이라도 하려고 한다.

이럴 때 우리는 권세부린다고 한다. 하지만 권세부리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을 초래한다.
참된 권위는 존재됨에서 나온다. 권위를 의미하는 헬라어 ‘엑수시아’는 출처(~로부터)를 의미하는 ‘엑스’(ex)와 ‘본질’(essence)을 의미하는 ‘우시아’가 결합된 단어다.
존재의 본질에서 흘러나오는 권위어야 오랫동안 건강함을 유지하며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나에게는 본질로부터 흘러나오는 권위가 얼머나 있는가? 혹시 아직까지 직위(position)에서 오는 권위에만 의지하지 않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