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희박한 공기 속으로
[양형주 칼럼] 희박한 공기 속으로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9.10.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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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져 있는 에베레스트산은 해발이 8848m에 이른다.

높다 못해 지금도 게속해서 일 년에 5cm씩 높아지고 있다.
가장 높은 산이기에, 해마다 많은 이들이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을 시도한다.
게다가 계속되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조금씩 눈과 얼음이 줄어들어 등반이 이전보다 훨씬 용이해지자 더 많은 이들이 등반을 시도한다.

등반가이자 아웃도어 매거진 저널리스트였던 존 크라카우어는 1996년 5월 등반 원정대와 함께 에베레스트 산을 올랐다. 그런데 등반 도중 12명이 한꺼번에 죽는 참사를 겪는다.
직접적인 원인은 영하 70도의 눈폭풍이 몰아닥친 것이었지만, 크라우어는 희박한 공기에서 정확한 인지력과 판단력 부족이 근본적인 것으로 분석한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에베레스트 정상 8000미터 위에서는 적절한 열정과 무모한 정상 정복열의 경계선이 아주 모호해져버린다. 그리하여 에베레스트 산비탈에는 시체들이 즐비하다. 통계에 따르면 평균 정상에 올랐던 네 명 중 한 명은 하산 도중 사망한다.”

크라카우어가 쓴 ‘희박한 공기속으로-Into thin air’라는 책은 고산 지역을 오르는 등반가들이 빠지기 쉬운 착각의 함정이 생겨나는 과정을 세세하게 잘 보여준다.
인간에게는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있다.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은 열망이 크다.
그러나 가장 높은 성공의 정점에 오르는 것은 마치 에베레스트 정산에 서는 것과 같아서 희박한 공기로 제대로된 인지와 판단이 어려워질 때가 닥쳐온다.

우리가 부와 권력의 정점에 오를 때가 되면 우리는 아주 쉽게 사람의 도리와 자신의 한계를 무시한 채, ‘나는 이것을 차지하고 소유하기 위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착각과 오만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희박한 공기속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려오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등반에 성공하고도 네 명중 한 명은 하산중에 사망한다.
희박한 공기 속에서 내디딜 곳에 대한 판단에 착오를 일으켜 결국 추락하거나 미끄러져 심한 부상을 입고 동사하게 된다. 오를 때도 주의해야 하지만 내려 올 때는 더 주의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성공의 정점에 오르기만을 위해 달려가지만, 내려오다가 추락한다.
정점에 올랐는가? 속히 내려올 준비를 하라. 계속 머무르려 하다가는 희박한 공기속에 갈 길을 잃는다.
내려올 때 극히 주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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