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사유담 이사] 고야가 그림 한 점을 '옛따~가져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개'를 달라고 할 것 같다.
취향도 비극적이게 왜 블랙 페인팅을 고르냐고 한다면 나는 이 그림에서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개는 허망한 고야 자신의 말년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 모래 바람인 지 아니면 바다의 익사 직전의 개인 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개의 눈에서 희망을 보기로 했다. 허우적되지 말고 가장 아래까지 잠겼다가 그 날이 인생의 첫 날, 첫 발인 양 걷기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보기로 했다.
아직 충직하게 귀를 제끼고 신뢰롭게 바라보는 빛나는 눈빛에 나는 일출을 보듯 새싹을 보듯 가능성을 보았다.
또 긴 시간 살고 나면 희망의 망령이 나를 과부화시켰다고 툴툴 되겠지만 무엇이 원동력이든 오늘 걸을 수 있다면 나는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누군가가 말했다. 자신은 고야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관심이 있다고. 자꾸만 생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정작 고야 본인은 울화가 산을 쌓은 후에 허물지도 못하고 떠났다.
그러나 그의 고뇌는 화두가 되어 오늘도 많은 눈만 달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당신의 슬픔은 어느 누구에게 희망이 되었다'고 미안하지만 전하고 싶다.
오늘은 이불을 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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