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SF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르포] “ASF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ASF’ 사태에 휩쓸린 천안 돼지농장…공무원은 ‘방역 작업 중’
  • 김형태 기자
  • 승인 2019.10.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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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방역 현장./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방역 현장./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가 경기도 일대를 덮친 날은 더위가 한풀 꺾인 9월 중순이었다. 이 때 시작된 ASF는 어느새 10월 중순까지 이어지고 있다. 

ASF가 휩쓸고 지나간 한 달여. 지난 9월 24일 천안시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대책을 시행한 이래 처음으로 통제초소와 거점소독초소가 설치됐다.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과 서북구 성환읍 농가 입구에서 내려다보는 돼지농장에는 역학조사와 더불어 실태조사에 나선 공무원들과 주의사항과 협조사항을 듣는 농장주들이 긴장한 모습을 내비쳤고 진입 불가로 인한 택배차량들이 내려놓은 배송물품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마치 재난지역 같은 농장 곳곳에는 방역복 입은 채로 수거에 열심인 공무원들이며 각종 방역 약품, 반출된 분뇨, 잔반 등이 잔뜩 이다. 일부 소독용 발판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물질이 가득한 채였다.     

공무원들이 저마다 소독약, 쥐약, 생석회 배포에 한창일 때, 농가 주인들은 본인이 사육해서 키워온 돼지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방역에 신경써달라는 부탁을 멈추지 않았다.  

방역초소를 방문한 천안시장(가운데)이 김재구 농업환경국장(왼쪽 첫 번째)과 김영구 축산과장(왼쪽 네 번째)으로부터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방역과 소독작업하는 농가 입구./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작업에 참여한 공무원들은 이날 흙탕물로 질척거리는 농가를 다니며 흙과 사료 더미 옆에 방역 약품을 나르고 농장 주위를 소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난 2017년 1월에도 AI로 인한 큰 피해가 발생됐고, 살처분에 나섰던 공무원들은 애써 키워온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농장주들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공무원들은 지침을 수행하기 위해 묵묵히 작업에 열중했고 빠진 곳은 없는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세세히 살피는 모습이 역력했다. 

농민의 생계 수단이 될 돼지가 머무는 곳 주위와 건물 외부에는 어김없이 소독약이 뿌려졌고 농장주들은 애타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지켜봤다.    

농가 주변을 살피는 공무원들이 연신 손을 움직이지만 끝이 없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순탄하게 소비자에게 팔렸을 돼지들을 바라보는 농장주 한숨에 공무원들도 걱정이 한가득 이다.

방역초소를 방문한 천안시장(가운데)이 김재구 농업환경국장(왼쪽 첫 번째)과 김영구 축산과장(왼쪽 네 번째)으로부터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방역초소를 방문한 천안시장(가운데)이 김재구 농업환경국장(왼쪽 첫 번째)과 김종형 축산과장(왼쪽 네 번째)으로부터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작업을 마쳐가는 천안시청 축산식품과 소속 직원은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는 것과 실제 현장에 와서 겪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소중한 재산이 잘못될까 걱정하는 농장주 마음을 생각하니 작업을 하면서도 착잡하고 말문이 막힌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재구 농업환경국장은 “막상 현장에 나와 보니 가슴이 무너진다. 문서나 말로 보고 받을 때보다 상황이 더욱 긴박하다”면서 “우리 시에서 최선의 도움이 되기 위해 여러 행사를 취소하고 있고 방역 및 홍보배너도 지원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도적인 것이라 마음속이 타들어가는 농민들 마음까지 온전히 달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에 여러 방역작업이 시행된 농가는 지난 9월 16일 ASF 확정 판정된 경기도 농가로부터 약 130여 km 거리에 위치해 있어 예방을 위한 방역을 지속하는 중”이라며 “농장주들에게 안내도 여러 차례 했다. 이제까지 경험에 비춰보면 시간과 싸움이 남아 있어서 현 상황이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시에서 조치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진중한 모습을 내비쳤다. 

한 천안시 관계자는 “오늘은 또 어느 지역에서 어느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게 될지 모르겠다. ASF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다. 농가도 공무원도 이들 모두에게 ‘ASF’라는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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