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세상에 없는 북한땅 월드컵 축구 예선전
[충남시론] 세상에 없는 북한땅 월드컵 축구 예선전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9.10.23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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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무관중, 무중계 축구경기였다. 골도 나지 않았으니 ‘3무’ 경기라 할수 있다. 경기는 큰 사고 없이 끝났지만 비정상적인 국제 경기환경은 전 세게 언론으로 부터 질타의 대상이 됐다. 북한이 얼마나 황당한 체제인지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 북한을 비난하는 소리가 한 때 인터넷을 들끓기도 했다. 북한과 더 이상 아무런 교류도 할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번 남북 축구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치뤄졌는데 우리 국가 대표팀은 ‘황당한’ 평양 원정 일정을 마치고 가까운 직항로가 아닌 중국 베이징을 거쳐 돌아왔다. 인천 국제공항에 내린 주장 손흥민은 “상대가 워낙 예민하고 거칠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도 수확이라고 생각할 정도”라며 “부상 없이 돌아온 게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990년 10월 남북 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에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평양을 찾는 것으로 관심을 끌었으나 원정 경기는 여러모로 푸대접에 기이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축구 경기 자체보다 다른 것이 더 많이 주목받았다. 대표선수단은 평양에 도착해 이동할 때를 제외하곤 북한 숙소에만 머무는 ‘고립’ 생활을 하는 최고 푸대접(?)을 받았다.
축구 경기는 한국에 생중계되지 못했고, 취재진의 방북도 무산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마저 “상당히 안 좋은 경기였다”며 “원했던 경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한 축구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상황도 TV 생중계가 아닌 문자로, 그것도 아시아축구연맹(AFC)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몇 단계를 거쳐 경기 상황을 전해 듣는 황당하고 ‘원시적인’ 과정을 격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가장 비밀스러운 월드컵 예선경기’라는 제목으로 “중계방송도, 팬도, 외신도, 그리고 골도 없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런 월드컵 예선전의 국제대회가 열린적은 세계에서 단 한 곳도 없었다.
북한은 순수한 스포츠 행사에까지 정치를 개입시켜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황당한 행동을 저질렀다.

그만큼 북한의 억지와 생떼는 다반사였다. 북한의 부당한 처사에도 우리는 막혀 있는 남북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보겠다는 이유로 북한의 눈치를 보며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축구시합 하나를 놓고도 이렇게 제멋대로인데 과연 제대로 된 대화와 교류·협력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축구경기가 있었던’ 다음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듯 백마를 타고 ‘혁명의 성지’인 백두산을 찾았다. 백두산에서 힌 말을 탄 모습은 비단 김정은 만의 연출이 아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단골 포즈’였다.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잇따른 기행에 경악했지만 북한으로선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3대 세습 체제를 지키기 위한 내부 결속용 선전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북 축구경기의 촌극과 ‘백마 탄 김정은’은 왜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이상한 나라’”라 불리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 이런 북한 내 분위기가 유례없는 ‘깜깜이 ‘헛발짓 축구’까지 낳은 것은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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