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음, 연예 뉴스 악성 댓글 폐지 잘했다
[사설] 다음, 연예 뉴스 악성 댓글 폐지 잘했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10.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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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자택에서 숨진 것에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받자 대형 포털사이트인 ‘다음’이 연예 뉴스의 댓글을 폐지하고, 인물 연관 검색어와 실시간 이슈 검색어(실검)에 대해서도 폐지를 포함한 개편 방안에 자진해서 나섰다.

설리의 죽음을 계기로 악성 댓글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대책이 나온 것이다. 매우 희망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예 뉴스 댓글 폐지는 이달 내로, 인물 연관 검색어 노출 중단은 올해 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 경영진은 “댓글 서비스의 시작은 건강한 공론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인격 모독 수준이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 데 이르렀기에 인격권 보호 강화 차원에서 고려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떠난 설리의 비극 말고도 무차별적인 인격 모독성 악플 문화의 폐해가 많았다. 이런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서 포털 사업자가 수익 일부를 포기할 각오로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은 의미가 크다.

연예 뉴스로 한정된 댓글 폐지 결정을 두고 일각에선 실효성과 표현의 자유 제한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댓글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 지금처럼 악성 댓글과 혐오 콘텐츠의 생산 및 유통에 취약한 플랫폼 환경을 방치한 채 이용자의 윤리 강화와 자정 노력에만 기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음의 연예 뉴스 댓글 폐지와 실검 개편 실험은 그 자체로 충분히 주목할 만한 뉴스거리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차제에 동참했으면 한다. 네이버는 처음 댓글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누리꾼 사이에서 댓글이 여론의 다양성을 키우는 건전한 공론의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대형 포털의 뉴스 댓글은 누리꾼들이 쏟아내는 혐오스러운 감정의 배설물로 심각하게 오염된 지 오래다. 이제는 차원을 넘어 비방과 험담 등 인신 모독적 내용을 담은 ‘악성 댓글’로 피해자의 정신을 망가뜨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악성 댓글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데에는 플랫폼 관리가 소홀한 포털의 책임이 크다. 포털은 댓글의 해악이 문제가 될 때마다 땜질식 대책을 내놓거나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에 책임을 넘기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누리꾼들이 익명성 뒤에 숨어 댓글을 달도록 허용하고, 이를 통해 트래픽 증가라는 상업적 이득을 누린 것이다. 여론 조작은 연예기사의 악성 댓글처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포털과 SNS 업계는 거짓정보 확산 등을 방지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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