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규직만 늘어난 일자리 증가
[사설] 비정규직만 늘어난 일자리 증가
  • 충남일보
  • 승인 2019.10.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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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국정 과제 1호로 추진한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 수는 1307만 8000명으로 전년 대비 35만 3000명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은 748만 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86만 7000명이 늘어났다.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6.4%로 전년보다 3.4%포인트 높아졌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와 비율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정규직이 감소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소는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이번 정부의 고용분야 핵심 정책인데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 절대 숫자가 늘고 비율도 증가한 것이다.

그동안 일자리가 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정부는 그 대신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대응했다. 그런데도 정규직이 감소하고 비정규직 비율이 더 높아진 것으로 봐서 고용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물론 시간제 근로 등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노인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노인 빈곤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비정규직 감소를 국정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첩경일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 일자리 관련 예산도 대부분이 단기성 일자리 늘리기 위주로 편성돼 비정규직 비중 감소는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고기 나눠 주는 형식의 세금 주도 일자리 정책을 물고기 잡는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전면 쇄신해야 한다.

정부의 조사 방법 운운은 변명일 뿐 고용의 질이 악화하는 추세는 확연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평균 근속 기간 차이가 더 벌어지고 월급 격차가 확대된 것이 이를 방증해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참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정부가 근로자 고용 주체인 기업의 기를 살리는 쪽으로 일자리 정책을 전환하지 않고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 늘리기에만 치중하는 한 일자리 참사는 전망이 희박하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억지로 만드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 혹은 자투리 업무다. 30~40대 일자리가 줄고 60대 이상 일자리만 늘어나는 것도 단적인 사례다. 그러고서 정부는 장밋빛 수치만 나열하고 있아 안타깝다.

경제 침체 국면에서 재정 투입은 필요한 일이지만, 우물을 파려면 물이 나올 만한 곳을 파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결국 민간기업이 만든다. 지금이라도 명확한 정책 전환을 통해 민간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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