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칼럼] 관광이야 말로 ‘노다지’… 지역경제 견인차 돼야
[임은정 칼럼] 관광이야 말로 ‘노다지’… 지역경제 견인차 돼야
  •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
  • 승인 2019.11.0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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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1월, 거리 곳곳에 연말을 준비하는 움직임마저 보이니 찬란했던 가을에 벌써 작별을 고해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높은 하늘 밑 굽이쳐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따라 울긋불긋 서로 자태를 뽐내는 가을 나무들 사이로 누렇게 펼쳐진 논은 한 해가 기우는 시점의 헛헛한 마음마저 푸근하게 해 주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 속에 우리네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유적들이 남아 있다는 것은 더욱이나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네스코가 2015년에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공주(옛 웅진)에서는 공산성과 무령왕릉이 속한 송산리 고분군이 이에 포함됐으며, 부여(옛 사비)에서는 부소산성, 정림사지, 능산리 고분군, 나성이 포함됐다.

또 2018년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에 따라, 공주의 마곡사가 포함된 바 있다.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자연풍경과 더불어 우리의 유구한 역사가 느껴지는 문화유산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재함’이 유독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으니, 이는 바로 외국인 관광객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중 대다수가 서울에 편중돼 있고 서울 외 지역들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비율이 주요 지역마다 한 자릿수를 채 넘기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문제지만, 서울을 찾는 목적도 오로지 쇼핑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들이나, 한국을 재방문하는 비율이 60퍼센트를 넘기지 않는 통계 등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 관광산업의 현주소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한류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관련 콘텐츠 산업이 관광업계의 주요한 부분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전통 콘텐츠들을 생각하면 괜스레 선조들께 죄송한 마음마저 들곤 한다.

관광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지역경제를 번성하게 할 수 있는 ‘노다지’ 산업이다. 관련 직종과 파생되는 상품들의 개수를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관광자원이라는 것은 마치 원석과도 같아서, 그 자체만으로는 맘껏 빛을 내지 못한다. 그 원석을 갈고 닦아서 상품으로 전시하고 판매하려는 사람들의 인위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관광공사나 중앙정부의 거시적인 정책이나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사실만으로는 상품이 상품다워지지 않는다. 바로 그 지역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정성과 노력이 불가결한 것이다.
글로벌 시대는 국경을 초월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과 정치적 제약의 소멸을 통해 도래했다. 국경이 희미해졌다는 것은, 지역의 역량도 지역 안에 가둘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선진국이란 외국인으로 하여금 또 그 나라를 방문하게 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매력’을 가진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편리하고 안전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 나라와는 다른 그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가 느껴지고 그것이 그곳에 가야만 오롯이 체험할 수 있다고 생각될 때, 비로소 글로벌 시대의 세계여행자들(globetrotter)의 발길이 그 나라를 찾을 것이다. 몇 년 후에는 충남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흔히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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