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암도티벳에서 만난 사람들
[주창민의 티벳 톺아보기] 암도티벳에서 만난 사람들
  • 주창민 대전 빛그린스튜디오 대표
  • 승인 2019.11.10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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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2011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사원에서 급히 뛰어가는 승려들

2011년 겨울을 시작으로 하여 백두산보다 높은 티벳고원을 가보았을 때 해발 3000m가 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어 뷰파인더로 보는데 먼저 마주치는 그들의 눈빛은 따가운 햇볕에 일렁이는 깊은 호수를 바라보는 것 같은 눈부심이 있습니다. 그들의 피부는 태양의 흑점처럼 검고, 볼에는 가느다란 모세혈관이 태양빛에 터져 붉은 물감을 적셔 논 것 같아 그림을 보는 듯 하였습니다.

티벳의 고원은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았습니다. 북적이던 여행객들도 사라지고 오직 티벳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낮은 언덕들로 이뤄진 초원에 하얗게 눈이 내려 앉으면 색색 옷을 차려 입은 티벳할머니들이 마니통을 돌리며 하얀 천에 곱게 바느질을 하는 바늘처럼 하얀 길을 내서 지나가면서 눈인사를 해줍니다. 그네들은 다음의 겨울에도 똑같은 모습을 하고 하얀 눈길을 내며 길 위에 있습니다. 그런 그녀들에게 대수롭지 않는 척을 하며 작년에 찍어둔 사진을 건네줍니다. 그녀들은 환한 웃음을 띠고 “꽈전채, 꽈전채” 하며 고맙다라고 합니다. 몇 번의 눈인사를 하고 그들은 사원으로 향하여 가던 길을 재촉을 합니다.

(c)2012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겨울 암도티벳에서 만난 티벳할머니들

항상 그대로일 것 같은 그들의 사는 풍경입니다. 어떤 이들은 추우니 들어와 차 한잔 하고 가라고 초대를 합니다. 가난하던 부유하던 집에 끓인 물이 있다면 찻잎을 띄어 내어주며 그들의 귀한 양식인 짬바와 수유를 권하여 길가는 나그네의 온기를 채워줍니다. 서로 서툰 중국어로 서로 안부를 묻고 저 중국너머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노인은 우리에게 달라이 라마를 보았냐 묻고 신이 난 아이들 덩실덩실 노래를 합니다.

(c)2013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암도티벳 젊은 승려들

겨울의 티벳은 붉은 옷을 입은 티벳불교 승려들도 독수리들처럼 보입니다. 옛티벳 어느왕의 죽음을 알리지 못하게 하도록 왕의 시신을 독수리무리가 깨끗이 치우게 하여 주술사들이 왕은 죽지 않고 하늘로 승천하였다라고 하여 권력을 이어갔다라고 합니다. 붉은 승복을 머리에 걸치고 뛰는 승려들을 보면 독수리들과 같아서 항상 이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이게 지금의 조장이라고 하여 티벳지역의 전통장례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일부 지역에서는 독수리들이 사라져서 조장터가 없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조장터가 있는 곳에서는 가끔 그들만의 의식을 치릅니다. 돌탑을 올리거나 곡식을 태워 연기를 내어 기도를 하여 조상들에게 복을 빌기도 하고 승려들을 초청하여 제사를 지내고 소나무 가지를 태워 연기를 내고 롱다라는 복을 비는 종이를 하늘에 뿌리고 해서 그들의 조상들에게 후세의 안녕을 빌고 빕니다.

(c)2013 주창민 All rights reserved 암도티벳의 초원에서 롱다를 뿌리는 사람

그들 모두가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그곳을 떠나 한국에 나와 있는 지금 서로의 안녕을 SNS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곳의 산과 그곳 친구들의 안녕을 바람에 날리는 롱다처럼, 연기처럼 핸드폰의 신호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대들 여전히 안녕하신가, 짜시델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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