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동학대예방, 체계적 사례관리부터
[기고]아동학대예방, 체계적 사례관리부터
  • 김정민 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 사례관리2팀장
  • 승인 2019.11.18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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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과 부산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아동학대는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이며, 다른 문제에 비해 중요도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에 속한다. 

그동안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발표된 정부의 아동학대 대책 주요 내용은 ‘아동학대 조기발견’이었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에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민간부문에서도 아동학대 신고를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이 활발히 진행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졌으며 실제 발견율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충청남도 지역 내 아동학대 발견율을 살펴보면, 2017년 2.48‰(퍼밀, 1/1000)에서 2018년 3.69‰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예방과 조기발견 못지않게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에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발행한 ‘2018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2만 4604건이며 이 중 10.3%인 2543건이 재학대로 신고됐다. 2016년 1591건에 비해 900건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지난 3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재학대 경우 상습적으로 아동학대가 발생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사망에까지 이르는 심각한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재학대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사례관리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아동학대 현장 조사와 사례관리 업무는 모두 민간에서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상담원들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가 심각해 재학대 방지를 위해 필요한 공공성 강화가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5월,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아동학대 대응체계 전면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세부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공공기관은 아동학대 사건에서 ‘현장조사’를 전담하고, 민간 기관에서는 ‘사례관리’를 맡아 학대피해아동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은 재학대 방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로, 더욱 견고한 아동보호체계를 위해서는 지자체와의 협력 및 인프라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민간기관의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굿네이버스에서 개발한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 모형을 바탕으로 학대피해아동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상담 및 치료, 양육기술교육 등과 같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서비스가 제공됨에 따라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하여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상담원들이 더욱 전문성을 가지고 임하게 되는 긍정적 영향이 있다. 궁극적으로 서비스를 통해 학대피해아동의 전체적인 가족 기능 회복을 지원하고 아동을 위한 안전한 환경이 조성돼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이미 아동학대 대응체계 시스템을 공적 기구가 담당해 업무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부터 민간에서 시작된 아동학대 업무를 공공과 민간이 함께 책임지고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경험 및 노하우에 공공성이 더해져 전문적인 아동보호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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