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칼럼] 100세·AI시대의 교육은 ‘자아탄력성’에 맞춰져야
[임은정 칼럼] 100세·AI시대의 교육은 ‘자아탄력성’에 맞춰져야
  •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
  • 승인 2019.11.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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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입시한파. 수능시험이 치러진 11월 14일엔 아침부터 기온이 뚝 떨어져서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그 옷깃을 여미게 했다.

누구는 해마다 오는 입시한파가 올 해도 찾아온 걸 보니 국운이 살아있노라고, 하느님이 아직도 날씨를 챙기신다고 한다.

또 다른 누구는 입시생들 고생인데 이렇게도 추운 걸 보니, 국운이 다했나보라고 한다.
아직 우리네 마음속엔 나라가 운이 있어서, 자녀들이 열심히 공부해 주어서 이만큼 먹고 살게 되었다는 묘한 긍지감 같은 것이 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7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나라가 오늘날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니, 이렇게 된 것은 분명 나라에 운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회가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유난히도 입시 문제가 사회적 갈등의 소재가 되어버린 2019년을 마무리하고 2020년을 맞이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한국의 ‘교육’은 다시금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소위 말하는 산업화의 일꾼으로서 국가경제를 위해 불철주야 일하는 인력을 배양하는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 평균기대수명이 지금도 80세를 넘겼으니 지난 주 수능을 본 세대들은 그야말로 100세 시대를 살게 된다.

20대 중후반에 사회에 진출을 해도 무려 80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경제활동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제부터는 AI의 발달로 그야말로 일자리가 증발해 버리는 시대로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AI로 어지간한 일자리가 모두 채워지게 되는데도 100세 이상 살아야 하는 이 시대에 예전의 KS(경기고-서울대) 같은 표준화 인증을 받으라고 다그친다면, 그야말로 시대착오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우리 차세대에게 ‘교육’해야 할 인간다운 소양은 무엇인 것일까?

AI와 인간의 차이로 흔히 꼽는 것이 창의력과 공감능력이다. 이것이 인간 고유의 특질인 만큼 이 두 소양을 잘 갖출 것이 앞으로는 더욱 요구된다고들 하면서 창의력 개발 등을 또다시 표준화된 기제로 양산하려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생각과 기준으로 20년 후, 30년 후 어떤 인간이 경쟁력 있는 인간으로 취급받을 것인지는 그리 쉬이 판단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표준화된 교육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으며, 차세대에게 무엇이 과연 생존의 기술이 될는지는 불명확 하다는 그 사실 뿐일 것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우리의 교육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본인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자세를 갖추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베스 로저스와 같은 학자는 인간의 ‘자아탄력성’을 1) 개별화된, 2) 통합된, 3) 대처하는, 4) 이끄는 것으로 구성된다고 본다. 본인의 타고 난 여러 기질 등이 인생의 경험을 통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결국 개인이 그 삶에 나타나는 외부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고 그 인생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능력이야 말로 ‘자아탄력성’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대내외적 변화에도 이를 유연히 받아들여 대처할 수 있고, 그 변화 가운데에서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본인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줄 아는 사람을 기를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의 콘텐츠와 제도가 바뀌어야만 한다. 사회의 구성원들도 우리 교육의 방향성이 변화할 수 있도록 그 마음을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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