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를 얕잡아 보지 않게 단호해야 한다
[사설] 우리를 얕잡아 보지 않게 단호해야 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9.11.2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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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접경 지역인 서해 창린도 방어부대를 방문, 해안포 사격을 지시했다. 창린도는 백령도와 연평도 중간쯤에 있는 황해도 옹진반도 앞 최남쪽 섬이다.
김 위원장은 이 섬에서 해안포 부대에 목표를 정해주며 사격을 지시했고, 군인들은 포사격술을 실시했다. 남북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9·19 공동선언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지상과 해상, 공중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키로 발표한바 있다.

이번 북의 사격 훈련은 명백한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 9주기에 즈음해 실시된 것도 심상치 않다. 북한이 갈수록 대남 적대 행위를 노골화하는 행태는 매우 우려스럽다.

그동안 수차례 탄도미사일 또는 방사포 발사를 이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비핵화 실무 회담을 앞두고 예민해진 북한이 기싸움 차원에서 도발을 감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번 해안포 사격은 도가 지나쳤다. 북한은 최근 금강산 시설 철거 등 관광 교류 중단 압박도 모자라 군사 도발까지 감행하는 것은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수 없다. 김정은의 군 관련 행보는 이 달 들어 세번째지만 이번에는 접경지 군부대까지 찾아와 직접 무력시위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북측의 의도가 무엇이든 남북 대화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합의를 위반한 건 북한의 강경 태세가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북한의 오판이 이어지지 않도록 한미 양국 간 긴밀한 대응과 치밀한 대북 협상 전략이 더욱 절실해 졌다. 남측을 향한 적대 행위는 그만두고 북미 회담에 집중하기 바란다. 우리 정부도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국방부는 “김 위원장이 서부전선의 창린도 방어부대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시한 것은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며 군사적 긴장 행위의 중단과 함께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그동안 정부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도발 등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자제해 왔던 모습과 비교한다면 이례적인 조치다. 국방부가 북한군의 훈련에 대해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명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의 조치는 단순한 유감 표명 차원에서 그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9년 전 연평도 포격 사태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는 좀 더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여줄수록 북한은 우리를 더욱 얕잡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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