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칼럼] 한-아세안 협력 세계질서 변화 유도할 수 있어야
[임은정 칼럼] 한-아세안 협력 세계질서 변화 유도할 수 있어야
  •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
  • 승인 2019.12.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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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26일에 부산에서는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이어서 27일에는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신한반도 경제지도의 두 축으로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기치를 내건지 2년 이상 지났지만 북한의 멈추지 않는 도발적인 행태와 미국의 부당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 일본 정부와의 지속적인 마찰 등으로 우리 외교가 사면초가에 처한 지금 상황에서 신남방정책에 본격적인 힘을 실어준 이번 회의는 실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 사정으로 불참한 캄보디아 훈센 총리를 제외하고 아세안 9개국의 지도자들이 모두 부산에 모여서 한국과 건설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아가기로 새삼 그 뜻을 모은 것은 실로 그 의미가 큰 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조차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우리 외교는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이자, 북한 문제에 함몰된 경향이 있다. 물론 냉전 시대 분단의 유산을 아직까지도 짊어지고 있는 민족에게 주어진 엄혹한 현실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냉전의 종언 이후 세계 각국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와도 같은 각자 도생의 길로 들어선지 오래다. 

이런 국면에서는, 우리 안보를 위해 합리적인 수단으로써 선택한 동맹에 대한 의리나 최대교역국에 대한 예우에 필요 이상으로 얽매여 봤자 우리 국익을 담보할 수가 없게 된다. 

더군다나 미-중 패권 경쟁이 다방면에서 심화되고 있는 지금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세우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되도록 많은 나라들과 다방면에서 외교관계를 돈독히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나아갈 방향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 다름 아닌 평화를 사랑하는 경제 부국의 길이다. 이를 위해 전방위적인 외교를 통해 우리 상품과 문화에 대한 친밀감을 더욱 높이고, 국제사회에서 지지 세력들을 규합해 가야 한다.

아세안 10개국은 경제규모나 성장 잠재력으로 보나, 또 북한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과 지정학적으로 미중 패권 대결의 한복판에 있다는 점에서 그 전략적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만큼이나 질곡의 역사를 딛고 다시 부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들도 더욱 이 국가들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지역 국가들은 우리 같이 위대한 문명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국열강들에 의해 식민 지배를 당한 바 있다. 

베트남은 우리처럼 민족분단과 치열한 국제전으로 발전된 내전을 겪었고, 캄보디아 역시 국가 권력의 횡포와 압제 하에 수백만이 주검으로 스러져 간 고통을 겪었다. 

싱가포르도 우리처럼 불모지에서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했고, 미얀마 역시 치열한 민주화 투쟁을 치렀다.우리와 비슷한 고통을 딛고 힘차게 도약하는 아세안 국가들과 한국의 협력관계가 앞으로 세계 정치경제질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한 축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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