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재석 천안시 의회사무국장 “40년 공직생활 행복했다”
[인터뷰] 주재석 천안시 의회사무국장 “40년 공직생활 행복했다”
"천안은 발전 가능성 가장 큰 곳··· 후배들 어깨 무거울 것"
  • 김형태 기자
  • 승인 2019.12.15 15: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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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석 의회사무국장./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주재석 의회사무국장./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충남일보 김형태 기자] 시민들이 원하는 수많은 NEED를 충족하기 위해 쉼 없이 연구하고 학습하는 사람이 있다. 천안시 의회사무국 주재석 국장은 진화하는 시민사회와 정서를 살피며 변화가 필요한 관행을 쇄신하고 타파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경험이 풍부한 연장자를 비롯해 젊거나 어린 학생들까지 그는 많은 것을 관찰하며 필요한 것을 배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주재석 국장은 1980년 1월 10일 북면사무소 면서기로 시작해 현재까지 한 길만 걸은 뚝심으로 2018년에는 천안시 모든 공무원 중에 다섯 번째로 귀감공무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천안시의회에서 사무국장직을 수행하며 폭 넓은 분야를 고민하고 천안에 필요한 부분이 발견되면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분주한 공직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 주재석 국장을 만나 일문일답을 나눴다.

-국장님에게 ‘공직’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공직’은 ‘삶’ 그 자체였다. 1980년 공직에 처음 입문할 때는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내겠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출근다. 

그러나 공직에서 한해 두해 연륜이 쌓여갈수록 ‘성실함’을 넘어서 지역 발전이 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됐다. 시민들 행복을 위해 ‘정성’을 다하게 됐고, 그런 ‘최선’과 ‘정성’이 모여 어느덧 공직생활 40년이 완성됐다.

-공무원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유년시절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데서 기쁨을 느끼곤 했다. 

특히 글을 모르는 어르신을 도와주거나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사람의 짐을 들어주는 것처럼 사소하지만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고 난후 오는 뿌듯함은 큰 활력이 됐다.

그래서인지 여러 사람을 도우며 지역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그때 부모님께서 친화적인 성격에 잘 맞는 ‘공무원’을 권유했다. 많은 사람의 삶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호감을 갖게 됐고 그렇게 공직 입문의 꿈을 키웠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1979년 3월 25일 지방공무원 시험이 있던 날, 천안에서 대전행 6시 동양고속버스를 타야 해서 새벽에 현재 동남보건소 고갯길을 분주히 걷고 있는데 앞에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 리어커에 짐을 잔뜩 싣고 힘겹게 끄는 모습이 보였다. 버스를 놓치면 시험을 보러 갈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힘들어하시는 할머니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리어커가 고갯길 중턱에서 꼭대기를 넘을 때까지 뒤에서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밀어드렸다. 할머니는 “젊은이, 고마워. 자네는 앞으로 뭘 하든 다 잘 될 사람이야!”라는 말을 남기셨고 그 시험에 합격해서 공직에 입문해 지금까지 40년 동안 공직의 길을 걸었다. 

새벽시간 힘겨워하시는 할머니를 지나치지 않고 도와드렸던 시험 당일의 기억이 바로 어제 일 같은데 벌써 40년이 지났다니 옛 기억에 감회가 남다르다.

-공무원이 된 후 어떤 시간을 보내오셨는지요.

1980년 1월10일. 20살에 처음 북면사무소에 발령이 나서 면서기로 공무원을 시작했을 때 전산화가 되기 전이라 모든 걸 수기로 작업했던 시절이다. 

통신이 지금처럼 발달 되지 않았기 때문에 참 많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참 혈기왕성하게 일했구나 싶다. 

그렇게 첫 시작을 뛰며 공직 초반을 보냈고 어느 정도 업무에서 노련해질 즈음 1995년 천안시·군 통합이 추진됐다. 내가 살고 있는 ‘천안’이 대도시가 된다는 기쁨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 이후로 2008년 지금의 동남구, 서북구 양구청이 개청할 때도 3~4달을 집에 못 들어가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일하면서도 나와 내 가족, 내 이웃들인 천안시민이 사는 천안이 발전하고 있다는 성취감으로 업무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참 행복한 기억이다.

그렇게 저렇게 북면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한 이후 목천읍을 거쳐 천안군 내무과, 천안시 총무과, 교통과 등에서 실무자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사무관 승진 후 의회사무국, 입장면, 문화관광과, 행정지원과, 천안박물관등을 두루 거치며 22곳의 부서에서 행정직 공무원으로써 능력을 펼쳤다.

-국장님께 천안에 대한 정의를 듣고 싶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내 고향이고 60년 인생 중 천안시청 공무원으로 40년을 지내는 동안 천안의 눈부신 발전을 지켜본 나는, 천안(天安)은 한자 그대로 ‘하늘 아래 가장 살기 좋은 곳’임을 자신 있게 말한다. 

또한 천안은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발전 가능성이 많은 곳’이다. 예로부터 교통요충지인 천안은 사통팔달의 지리적 이점으로 줄기차게 발전해 나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기대도 되고 그들의 어깨가 무거울 것도 안다.

-천안에서 특별한 이슈는 뭘까요.

오랜 세월인 40년 동안 천안시 공무원을 지내다 보니 천안 여러 곳을 두루 살피게 되고 어른과 아이 그리고 남과여 라는 상하구분 성별구분 없이 천안 모든 시민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천안시민들이 누리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연령층에 맞는 체육·문화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아이키우기 좋은 육아환경 조성, 청년들이 희망을 가지고 천안에서 살아 갈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 고령화되는 사회 흐름을 발맞춘 노인 일자리나 노인여가생활 활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발굴 등 우리 천안에는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이슈들이 너무도 많아 이 중에 어느 한 이슈를 소개하기는 어렵겠다. 

-공직생활 하는 동안 함께해준 사람들을 소개한다면.

개인적으로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공자는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처럼 항상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선후배 공무원이든, 친구든, 업무로 연결된 이들이든 누군가 나를 찾을 때마다 항상 반갑게 맞이했을 뿐인데 그 덕분인지 2018년 직원들이 뽑은 제5대 귀감 공무원에 선정된 영광을 안았다. 

‘귀감공무원’이라는 타이들이 영광스럽기도 했지만, 직원들이 뽑아준 영예라 무척 감동적이었고 그래서 동료들 모두를 뜻을 함께한 사람들로 생각하고 있다. 나와 늘 함께 해주었던 천안시청 전 직원을 퇴직 후에도 평생 잊지 못 할 거다.

-국장님께 공직의 길을 계속하게 한 원동력은.

두말 할 것 없이 ‘사람’이다. 공직에 첫발을 내딛었던 것이 내게 있는 친화적 성격으로 두루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뜻을 이루기 위함 이었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공직에서 내게 가장 큰 신념이었으며,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하다. 

천안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40년간 천안시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자긍심으로 업무의 보람을 찾았고, 선후배 동료 직원들과 마음을 나누며 힘든 순간을 넘겨왔다. 공직 생활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사람’이었다.

-고위 공직자가 된 후 기억이 남는 일화.

고위공직자가 된 후라기보다는 2018년 봄에 제5대 귀감공무원에 선정된 것이 공직생활 40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직원들이 뽑아준 영광이라 그 어떤 업무보다 그 어떤 성취나 업적보다 소중한 기억이다.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

아주 오래전 어느 모임자리에서 들은 건배사 중 ‘미·사·고(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줄임말에 담긴 의미를 들으며, 공직을 마무리하는 요즘 참 많은 생각을 한다. 

40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열정적으로 일하다보니 때론 나로 인해 힘든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 뜻을 맞춰준 고마운 이들도 적지 않은데 그들에게 “고마웠습니다”라고 하고 싶다. 

또 항상 내 곁에 있어주고 묵묵히 지원해주고 힘이 되어준 사랑하는 가족들과 직원들도 생각난다. 그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큰소리로 말하고 싶다.

공직 생활을 하는 동안 늘 지니고 있던 세 가지 신념이 있는데, 바로 나와 함께하는 이들과의 ‘신뢰(信賴)’, 나를 둘러싼 이들에 대한 ‘배려(配慮)’, 나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사명감(使命感)’이다. 이 세 가지는 40년 동안 공직에서 나를 이끌어준 힘이기도 하고 공직을 떠나서도 지켜나갈 삶의 소신이다. 

또 항상 머릿속에 떠올리는 사자성어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사필귀정(事必歸正)’은 매사 타인의 입장을 헤아려보게 만들고, 혹시라도 마음이 어지러울 때 바른 길로 갈수 있게 다잡아준 인생 지침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람 속에서 살아간다. 이는 공직뿐 아니라 어디든 마찬가지다. 사람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타인을 배려하며 주어진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 어디서도 순탄하리라 생각한다.

한편 주재석 국장은 올해 마지막 날 퇴직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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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승 2019-12-15 22:53:11
항상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