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칼럼] 2019년을 보내며 떠올려 보는 ‘염치’의 미덕
[임은정 칼럼] 2019년을 보내며 떠올려 보는 ‘염치’의 미덕
  •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
  • 승인 2019.12.23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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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일주일 남짓 남았다. 이 맘 때쯤이면 늘 "올 해도 참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단 표현이 쓰이곤 하지만, 2019년 한 해도 여지없이 대한민국은 엄청난 일들을 겪었다.

<교수신문>이 1046명의 교수들을 상대로 올 해를 잘 묘사할 수 있는 사자성어를 설문조사한 가운데 347명의 교수에게 선정되어 1위로 뽑힌 것이 ‘공명지조(共命之鳥)’라는 기사를 보았다.

실상은 운명공동체이지만 질투와 반목이 끊이지 않는 관계를 비유하는 말로 올 해 우리 사회의 갈등 국면을 표현하는 말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이어서 2위에 오른 ‘어목혼주(魚目混珠)’도 흥미로운 표현이다. 무엇이 물고기 눈이고 무엇이 진주인지,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기 힘든 상태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라고 한다. 어느 것이든 올 한 해 우리 사회가 겪은 갈등과 혼란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하는 면이 있으니, 2019년은 실로 우리 사회의 내적 갈등이 극에 다다른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조화롭고 화목한 상태를 꿈꾸겠지만, 기실 그것은 자유민주사회에서는 불가능한 허상인지 모른다. 누구도 누구에게 반대하지 않는, 갈등이 없고 화평한 상태란 어쩌면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을 누르고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주사회에서 비판과 갈등,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요즘 연금 개편 문제로 대규모 파업과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똘레랑스(tol?rance)’라는 가치가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꼽힌다고,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의 저자 홍세화 씨는 이미 오래전 우리 사회에 이를 소개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개인의 의견과 취향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서로 존중하고 상대가 나와 아무리 충돌하는 의견을 내놓더라도 "들을" 수 있는 이성적인 자세가 민주시민의 기본자질로 꼽힌다는 것이다. 새삼 우리 사회에 절실한 가치라 여겨진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전통적인 미덕으로 다시금 소중하게 새겨보아야 할 것 중에 "염치"라는 것이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 묵직하게 마음속에 떠오른다. 염치(廉恥)란 자고로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으로 예의(禮義)와 함께 우리 선조들께서 가장 중요시 여기신 덕목 중 하나이다.

그런데 올 한 해 소위 지도층이란 인사들의 염치없는 행동들은 도가 지나치다 못해 국민들로 하여금 더 이상 눈길도 주기 싫을 정도로 염증을 느끼게 했다. 

예의염치를 모르는 이들이 사회를 이끈다 한들 무엇이 나아지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나 자신을 엄히 꾸짖고 상대는 존중할 줄 아는, 염치 있는 똘레랑스를 가진 이들이 앞으로는 보다 많이 등용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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