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세먼지 뒤덮인 국회 더 이상의 존재의미 있나
[사설] 미세먼지 뒤덮인 국회 더 이상의 존재의미 있나
  • 충남일보
  • 승인 2019.12.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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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뒤덮인 성탄절 아침이지만 밤새 험담에 지칠줄 모르는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곱지 않다.

그들이 정한 규칙에 의해 벌이는 무제한 토론이기는 하나 이미 그 목적성이 투명치 않고 그동안의 장내외 투쟁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 해를 고성과 삿대질로 마무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약자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고 쪽방과 고시원에서 장례치를 돈도 없이 죽어가는 현실을 방관한 그들이 벌이는 이런 행동을 그 누구도 곱게 봐줘서는 안될 일이다.

더구나 죽기살기를 외치는 그들의 목표가 내년 총선에 눈 멀어 있으니 그 누구에게도 지금같아선 국정을 맡기지 말아야 할 분위기다.

성탄이 밝았지만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로 나라 안은 온통 뒤범벅이다.

꼭 오늘의 한국을 보는 것 같다. 동북아 정세가 심상치 않고 국제질서가 혼돈스런 한 해를 보내며 마지막까지 다가오는 내년을 걱정해야 할 민의의 전당에 있는 국회의원들은 오늘도 너 잘났고 나 잘났다는 험담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국회를 들여다보면 가관이 아니다. 흡사 전쟁터 같다. 정작 의석은 텅 비다시피 했는데 ‘원맨쇼’를 연상케 하는 의원들의 장광설은 바통을 이어가며 계속중이다.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방해인 ‘필리버스터’가 사흘째 펼쳐지고 있는 진풍경이다. 조각 케이크처럼 의사 일정을 토막 낸 임시국회가 자정에 막을 내리면 필리버스터는 50여 시간 만에 종료된다고 한다. 

올해 법안들이 결론을 내지 못하면 새해 들어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시차를 두고 각기 다른 임시국회에서 판박이처럼 상정, 필리버스터, 표결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산적한 민생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입영을 위한 신체검사 등 혼란이 급박한 사안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은 안하무인이다.

그래서 과연 우리 국회가 ‘민의의 전당’인지 ‘그들만의 전쟁터’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혼란스럽다. 

신앙의 종류와 갈래를 떠나 크리스마스는 사랑, 소망, 믿음, 이웃, 자비, 이해 등 인류의 보편적 화두와 그에 담긴 가치를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 시간에 많은 혐오와 저주의 언어가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동원됐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염수정 추기경은 성탄 미사 강론을 통해 “대화와 공존의 노력보다는 내 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반목과 대립을 반복하는 세태는 우리 사회를 위태롭게 만든다”고 했다. 귀는 닫고 입만 연 여의도의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태끌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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