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기 사람으로 채우려는 욕심 버려라
[사설] 자기 사람으로 채우려는 욕심 버려라
  • 충남일보
  • 승인 2020.01.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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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출마를 위해 공공기관장, 공직자들의 사퇴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오로지 금배지를 달겠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하다. 이들은 정치판으로 돌아가기 위해 좋은 자리를 내팽개치고 정치인의 길을 걷기 위해 자기들의 이력을 장식품으로 과시하고 나섰다.

이들이 미련없이 중도에 그 좋은 자리를 그만두는 것을 보면 ‘금배지가 좋긴 좋은 모양’이라는 비아냥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4·15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사퇴 시한은 아직도 며칠이 더 남았다.

며칠 남지 않은 공직사퇴 시한을 두고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대상자들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이런 사람들은 역대 정권마다 여론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여전히 고질병처럼 튀어나고 있다.

전문성보다는 연줄이나 충성심에 기댄 인사라는 비난이 주류지만 좋게 보면 과정의 공정성을 다소 훼손하더라도 결과의 정의를 이루겠다는 정권의 의지이기도 하다. 

이같은 마음을 갖은 사람들이 업무와 아무 관련도 없는 정치권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을 생각하면 무슨 정신으로 본업에 집중했었을까 의심이 들 정도다.

특히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공직자 가운데 전·현직 청와대 출신 인사가 7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수석은 물론 비서관, 행정관들까지 틈만 나면 내심 점 찍어둔 지역구에 드나들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게 사실화가 됐다.

물론 청와대 참모들의 선거 출마는 과거 정권에서도 있었기에 크게 흠 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선 각각 10명 선이었고 노무현 정권 때도 20~30명 수준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청와대 참모들의 출마 길이 막히다시피 했고,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국정을 기획·총괄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는 곳인데 이곳의 구성원들이 그동안 사익을 배제하고 오직 공적 임무에 전념했는지 의심이 든다.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다 보면 특정 지역을 힐끗힐끗 돌아볼 수밖에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업무에 소홀해지기 십상이고 정책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정치색이 필요 이상으로 짙어질 수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어느 것이든 국정을 총괄하는 청와대로선 피해야 할 악덕이다. 내각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비대하고 발언권이 강하다는 지적을 받는 현 정부의 청와대로서는 더욱 그렇다.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출사표가 줄을 잇고 있는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내 공천 과정에서 소위 ‘문심(文心)’을 내세울 경우 당·청의 역학 관계에 파란이 일 수도 있다. 

청와대 참모들의 여의도행을 무조건 막을 일만은 아니다. 행정 경험이 입법 활동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정치경력 관리소 정도로 치부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임기 후반에도 집권당, 나아가 입법부에 자기 사람들을 채우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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