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의 스페인 문화 프리즘] ¡Feliz Año Nuevo! 
[스티브의 스페인 문화 프리즘] ¡Feliz Año Nuevo! 
  • 김덕현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31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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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박사 시가행렬 자료사진.

한 달 넘게 휴일없이 지속된 행사일정은 결국 몸에 무리를 주고야 말았다. 설날도 다 지나고서 새해 인사 글을 올리려니 마음 한 켠에선 몇 번이나 글을 썼다 지우게 만든다.

한국에서는 양력 새해를 지내고서도 음력 설을 맞이하기 까지 사람을 만날 때면 오며가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인사로 주고 받는다. 스페인을 비롯한 서구 문화권에선 새해는 이처럼 훈훈한 분위기 속에 복을 기원하는 진중한 분위기 보다는 연말 성탄의 들썩 거리는 기분을 잇는 가운데 새해도 즐겁게 맞이하라는 식으로 간단히 인사를 나누는 편이다. 영어든 서어든 말 자체가 행복한 새해! 이렇게나 짧다. 그런 면에서 웬지 우리네 인사는 새해에 보다 큰 의미를 두는듯 싶다. 오래된 전통만큼 역시 "격" 하면 우리나라다.

실제로 우리는 새해가 되면 날밤을 새서라도 해맞이 행사를 즐기러 바닷가와 산 정상으로 달려가곤 하는 반면, 여기선 일출을 보러 산과 바다로 가는 가정을 본 일이 없다. 뉴스에서도 시청 앞 광장에서 카운트다운 후 폭죽을 울리며 포도알을 먹어가며 깔깔대며 웃고 요란스레 보내는 걸 생중계로는 보여줘도, 경건하게 새해를 맞이하며 고요히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러 온 가족과 친구들이 모이는 걸 방송으로 보여주는 일은 없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실은 1월 1일 새해 자체보다 1월 6일 주현절, 일명 동방박사의 날을 더 손꼽아 기다린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에겐 일 년 중 가장 기대하는 날이기도 하다. 멜초르, 가스파르, 발타사르, 이 세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만나 황금, 유향, 몰약 세 가지를 선물로 드렸기에 아이들도 그 날 동방박사에게서 선물을 받는 걸로 기대한다. 즉 스페인 아이들에겐 1월 6일은 어린이 날이 되는 셈이다. 

우리는 산타 클로스가 선물을 준다고 믿지만, 여기선 동방박사가 선물을 가져 오기에 아이들은 저마다 동방박사에게 자기가 그동안 어떤 착한 일을 했고,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를 빼곡히 쓴다. 학교에선 아예 동방박사에게 편지를 쓰라며 편지지를 보내기까지 하며, 우체국에서도 동방박사에게 편지를 쓰라며 광고까지 할 정도이니 동방박사는 존재만으로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단한 힘이 된다.

각 상점과 매장, 쇼핑몰, 백화점 마다 산타의 의자가 아닌 동방박사의 의자가 마련이 되고 아이들은 저마다 잔뜩 기대를 하며 동방박사에게 안겨 사진세례를 받곤 안다. 또한 주현절 오후서부터는 시내 곳곳에서 카퍼레이드가 끜도 없이 이어지며 행사차량에서는 길가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준다. 아니 드셔보세요 라며 나눈다 라기 보다는 있는 힘껏 내던진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딱딱한 사탕이다보니 머리에 맞으면 제법 아프다 하면서도 여기저기 줍는 재미가 나름 쏠쏠한 편이다 보니 애고 어른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빠의 무등을 타고 와 수 천명이 함께 모여든 광장에서 멋진 행렬과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 즐거운 추억을 먹고 자란 아이는 해마다 더 다채로워지는 행사를 경험하며 자연스레 축제는 혼자가 아닌 다 함께 즐기는 거라는 걸 몸으로 익힌다. 몸에 각인된 축제의 느낌은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매개체가 되어 가족과 본인을 이어주고, 그 경험은 마르지 않는 추억의 샘이 될 것이다. 오고가는 진솔한 덕담 속에 흥과 재미가 어우러져 보다 맛깔나게 살아가는 올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여러분 모두 ¡feliz año nuevo! 

김덕현 Stev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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