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를 믿고 대처해야 할지 한심스럽다
[사설] 누구를 믿고 대처해야 할지 한심스럽다
  • 충남일보
  • 승인 2020.02.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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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WHO는 의료체계가 취약한 국가로 확산할 우려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지만, 여행과 교역을 막지는 않았다.

WHO의 비상사태 선포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첫 발생 사례가 나온 이후 중국은 물론 세계 18개 국에서 감염자가 발생한 터라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적지않고 사태에 우왕좌왕하며 실기했음이 분명하다.

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자 미국은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 금지 경보를 발령했다. 일본은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은 입국을 차단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자국 내 감염 사례가 확인되자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 편 운항을 중단시켰다. 러시아는 중국과 국경 일부 폐쇄에 이어 양국 간 여객 열차 운행까지 대부분 중단시키겠다고 한다.

북미·유럽 주요 항공사에 이어 일부 아프리카 항공사까지 중국 노선 항공 편 운항 축소·중단에 나섰다. 중국과의 접촉 면을 최대한 줄여 감염원 유입 차단에 나선 것이다. 중국내 감염증 확진자와 사망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우리 교민 가운데 18명이 발열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어 추가 감염자가 속출할 개연성은 높다. 2·3차 감염자가 아직은 방역 시스템의 통제 범위 안에서 발생했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염병 대처 과정에서 ‘늑장보다 과잉이 낫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비상 상황인데도 중국 40개 도시에 우리 항공 편은 여전히 취항해 하루 수백 편의 항공기가 오가고 있다.

항공 편 중국 왕래로 치면 세계 최대 수준이다. 중국에서 매일 한국에 오는 승객이 2만 명 안팎이다. 우한 폐렴의 경우 거의 중국 본토와 같은 위험성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 중국은 상하이와 베이징 등 대도시까지 각각 100명 넘는 확진자와 함께 사망자가 발생했다.

상하이에만 3만 명 넘는 우리 교민과 4만명 조선족 동포가 한국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 이들 상당수가 식당 종업원이나 노약자 간병인 일을 한다. 의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가 잇따라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가 이 문제를 놓고 회의 한 번 했다는 말조차 들리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외교부가 상황이 심각하다고 하면 그때 가서 항공 노선 축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하고, 외교부에선 “그건 원래 국토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다.

정부는 그냥 시간 가기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여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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