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장관의 국회무시는 국민무시와 같다
[사설] 추장관의 국회무시는 국민무시와 같다
  • 충남일보
  • 승인 2020.02.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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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공개를 막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13인의 공소장이 일부 공개됐다. 공소장에는 청와대가 ‘하명수사’와 관련해 총 21회에 걸쳐 수사 상황을 보고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그간의 맥락을 보면 의도가 선명했다. 조국 부부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개정해 포토라인에 서지 않도록 배려하더니, 청와대 7개 비서관실이 연루된 사건의 공소장도 일부가 감춰졌다.

물론 재판이 시작되면 모든 것이 공개되겠지만 총선 때까지 두 달 정도 재판을 지연토록 하는 방식으로 국민 눈을 가리려는 ‘꼼수’로도 비친다. 청와대는 ‘수사 하명’ 뒤 선거 전 18회, 선거 후 3회 등 4∼5일에 한 번꼴로 수사 상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국 전 민정수석도 최소한 15차례나 보고 받았다는 것이다. 균형발전비서관도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 연기 요청을 수락했고,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임동호 전 최고위원에게 공기업 사장 등 4자리 중 선택할 것을 제안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울산시장선거 공작’ 사건으로 기소된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의 공소장 제출을 요청했는데, 법무부는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공소장의 국회 거부는 ‘국민의 알 권리’와 ‘공개재판 원칙’을 침해하고 있다. 개정된 내규에 따르더라도 기소 전엔 피의사실공표에 해당될 수 있지만, 기소 이후에는 공개할 수 있도록 됐는데 공개거부는 국회를 짓밟은 인상을 풍겼다. 

추 법무부 장관은 그동안의 공소장 공개 관행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다고 규정했다. 추 장관은 참모들의 만류에도 본인이 책임지겠다면서 비공개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이번 사건부터 비공개 방침을 적용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4·15 총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민심의 향배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정치적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공개재판주의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이 낱낱이 공개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공소장 비공개는 잠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소장 전문 공개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검찰개혁 과제처럼 공개리에 제도를 먼저 손질한 뒤 개별 사례에 맞춰 합리성 있게 적용하는 것이 정당할 것이다. 국회는 70여 장에 달하는 공소장 전문 대신 달랑 4장짜리 요지의 공소장을 받았다. 국회를 무시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무시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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