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좋은 교회를 찾으십니까?
(기고) 좋은 교회를 찾으십니까?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 이승주 기자
  • 승인 2020.02.26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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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청어람 아카데미의 대표 양희송이 2014년에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이라는 책을 발행한 이후 ‘가나안 성도’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었습니다. ‘가나안 성도’는 기독교 신앙은 가지고 있으나 제도권 교회에는 나가지 않는 성도를 일컫습니다. 즉 ‘가나안’은 ‘안 나가’를 거꾸로 읽어 표현한 말입니다.

‘가나안’과는 반대의 표현이기는 하지만 ‘안 나가’ 현상에 대해 처음 언급한 사람은 씨알 함석헌 선생입니다. 그는 ‘씨알의 소리’ 1971년 8월호에서 ‘한국기독교는 무엇을 하려는가?’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 가톨릭 2백 년, 개신교 백 년 역사에 한 가지 환한 사실은 올 때는 밑층 사회로 불쌍한 민중의 종교였던 기독교가 지금은 현상 유지를 원하는 기풍이 교회 안을 채워 버려 중류 계급의 종교로 가나안의 소망이 ‘안 나가’의 현상 유지로 타락해 버렸다. 그들은 사회악과 겨루는 역사의 싸움에서 뒤를 빼고 금송아지 앞에서 절을 하고 둘러앉아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을 예배한다. 그러니 하나님의 발가락인 아래층 사회가 교회에서 빠져나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내쫓긴 것이다.”

이처럼 ‘가나안 성도 현상’은 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1970년대부터였던 것입니다. 일찍부터 기독교가 자기 진단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았다면 오늘의 ‘가나안 성도 현상’을 막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가나안 성도’라는 단어 외에 오늘의 기독교를 대변해 주는 또 다른 신조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노마드 성도’입니다. ‘노마드’(nomad)는 ‘유랑자’, ‘방랑자’, ‘유목민’이라는 뜻입니다.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노마드’ 개념을 확장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순례의 길을 떠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호모 노마드’(Homo Nomad)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노마드 성도’는 어느 한 교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더 좋은 교회를 찾기 위해 이 교회 저 교회로 유랑하는 성도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 까닭은 출석하던 교회에 실망했거나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목사인 저를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애통하며 통회할 일입니다.

그러면서도 ‘가나안 성도’나 ‘노마드 성도’에게 말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집사님이 좋은 교회를 몇 년 찾아다니다가 아는 목사님과 상담을 했습니다. “목사님, 도무지 마음에 드는 교회를 찾을 수 없어요.” 목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 그래요? 그런데 집사님. 혹시, 좋은 교회를 찾거든 그 교회에 등록은 하지 마세요.” 그러자 그 집사님이 당황하며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목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좋은 교회를 찾았는데 등록하지 말라니요?” 그때 목사님께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 예. 그 좋은 교회가 집사님이 들어가서 나쁜 교회가 될까 봐요.”

좋은 교회는 따로 없습니다. 좋은 성도가 있는 곳이 좋은 교회입니다. 혹시 지금 좋은 교회를 찾고 있습니까? 먼저 좋은 성도가 되세요. 그러면 성도님이 계신 그 교회가 좋은 교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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