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 환상에 도를 넘은 것 온전치 않다
[사설] 대북 환상에 도를 넘은 것 온전치 않다
  • 충남일보
  • 승인 2020.03.0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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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식 축사에서 ‘남북 보건 협력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강조하자 북한은 다음 날 초대형 방사포로 무력시위를 했는가 하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청와대를 향해 욕설과 같은 말 폭탄을 퍼부은 것은 심각한 일이 됐다.

북한은 최근 원산 앞 동해상에 방사포 2발을 발사했다. 북한 장거리포병부대가 실시한 훈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가해 사격 개시 명령을 내렸다. 중국발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를 휩쓰는 와중에 보란 듯 군사훈련을 감행한 북한의 무신경이 놀랍다.

북한의 방사포 발사가 군부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든, 실전 배치가 목적이든, 미국에 존재감을 알리는 행위이든 코로나 재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미사일을 쏴 댓다. 북한은 우한폐렴이 확산 조짐을 보이자 북중 국경 봉쇄 등 내부 단속을 하면서 군사행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우한폐렴으로 인해 재난을 각국에서 지혜를 모아 극복해 나가는 중요한 국면에서 뜬금없는 방사포 발사는 감염병 확산 저지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경축사에서 ‘전염병 저지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남측이 내민 손을 보고 무력시위로 응수한 것은 예의가 아니다. 북한은 자국의 주민을 위해서라도 남북협력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경색 국면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린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도 북한의 상습적인 어깃장과 생떼에 눈감지 말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할 말은 해야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의 무력시위에 이어 북한 김여정이 청와대를 향해 욕설과 같은 말 폭탄을 퍼붓기도 했다.

청와대는 우리의 최고 권력기관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모욕도 된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으로 발표된 김여정 명의의 담화는 입에 담기도 민망할 정도다.

이쯤 됐는데도 우리가 대북 환상에 도를 넘고 있는 것은 온전한 정신상태인지 의심해야 할 지경이다. 정부의 황당한 행태 탓에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에 이런 치욕을 당하는 것이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한다.

우한폐렴으로 전 세계가 비상인 가운데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무력시위도 모자라 김여정의 청와대를 향해 던진 대남 비방 담화까지 낸 것은 극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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