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몸은 기억하고 있다
[양형주 칼럼] 몸은 기억하고 있다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20.03.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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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를 뛰어넘는 영화로 첩보 영화 시리즈에 한 획을 긋는 작품 시리즈로 평가받는 영화가 있다. 유니버설 픽쳐스가 만든 <제이슨 본> 시리즈다. 

영화 처음에 주인공 제이슨 본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가 위기에 빠져 생명이 위험한 순간이 닥치자,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놀라운 무술실력이 발휘한다. 내노라하는 정부 암살요원들이 따라 붙어 본을 죽이려고 하지만, 누구도 당해내지 못하고 도리어 본에게 당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꿋꿋하게  몸이 기억하는 담대한 행동으로 난관을 헤쳐나간다. 게다가 자신도 모르게 여러 외국어를 능통하게 한다. 도대체 이 주인공이 누구이길래 이런 놀라운 실력이 감추어져 있는 것일까? 나중에 알고보니 주인공은 미 중앙정보국 CIA 최강의 비밀 암살요원이었다. 최고의 요원이 되기 위해 극한의 훈련을 견뎌냈던 것이 몸의 기억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인지적 교육에 익숙한 세대다. 하지만 인지적으로 배웠던 것은 오래 가지 않는다. 휘발성이 강하다. 그동안 학교 다니며 시험 보기 위해 외웠던 수많은 암기사항들, 다 어디갔는가? 날아갔다. 매일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인지적 암기로만 익혔다. 그래서 우리는 몸으로 하는 것에 어색해하고 인색하다. 

인지기능이 발달하니 눈은 높아지는데, 행동은 굼뜨다. 액션영화도 보면 갈수록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이 화려해야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갈수록 우리 몸은 둔해지고 굼떠지고 행동으로 옮기는데 게으르다. 

코로나 19사태로 우리의 몸이 더더욱 얼어붙고 있다. 일터에 나가는 것도, 친구를 만나 교제를 나누는 것도, 교회에 나가 신앙생활 하는 것도 자제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이들이 점점 늘어난다. 이러다 고립되어 홀로 지내는 것이 고착화된 반사회적인 삶의 스타일로 우리 일상에 뿌리내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섬기고 섬김받으며 서로 돕고 더불어 지냈던 우리의 몸은 이런 행동들을 기억하고 있다. 이런 몸의 기억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 몸의 기억을 살려 우리는 온라인과 가상세계를 통하여서라도 서로를 챙기고 안부를 묻는 연습을 지속해야 한다. 

몸은 가만히 있고 머리로만 움직이려는 게으름에 우리는 이럴 때일 수록 저항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액션을 취하는 연습을 하라. 몸부터 움직여야 마음도 편해진다. 당장 나가 산책부터 하라. 서로 얼굴을 맞대지 못해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온라인으로 대화하라. 그리고 그들의 형편을 헤아리고 도우라. 일상이 마비될수록 우리는 몸의 기억을 살려 창의적인 기지를 발휘하여 움직이는 연습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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