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겁게 먹읍시다
싱겁게 먹읍시다
  • 건양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연 교수
  • 승인 2020.03.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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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이 강한 소금의 짠 맛은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한 번 맛을 보면 습관적으로 더 많이 먹게 한다. 짭짤한 과자 칩을 먹기 시작하면 한 봉지를 다 먹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불어 나이 드신 노인들은 맛을 느끼는 감각이 감소되어 자꾸 짜게 간을 맞추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맵고 짠 음식, 단 음식, 기름진 음식 등을 즐겨 먹는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일 나트륨 섭취량을 최대 2000mg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한국인의 평균은 4646mg이며, 특히 30-50대 남성 평균은 6327mg으로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김치찌개 한 그릇에만 WHO 하루 권장량에 해당하는 나트륨이, 짬뽕은 무려 두 배나 많은 양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단체급식 한 끼를 먹을 때 섭취하게 되는 나트륨양은 평균 2236㎎으로, 이는 외식(1959㎎)이나 가정식(134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이처럼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우리 몸에는 무슨 문제가 나타나는가?

나트륨을 과잉 섭취할 경우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혈관에 손상과 염증을 일으킨다. 따라서 고혈압이나 심혈관계 및 신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짠 음식을 선호하는 한국은 고혈압으로 인한 입원 비율이 인구 10만 명당 19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다.

특히 짠 음식이 위암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소금 자체가 위 점막 세포에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키게 되며, 손상을 입은 세포는 재생해야 하기 때문에 세포가 분열하게 된다. 세포 분열이 많아지게 되면 다른 발암 물질이 작용할 기회가 늘어난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에 발표된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과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1983년 이후 25년 동안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위암 사망률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냉장고 보급으로 신선한 야채와 과일의 섭취량이 늘어난 반면 염분 섭취는 감소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대규모 상관성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와 관련해 주민 205명을 대상으로 조사된 염분 섭취량과 24시간 소변 내 나트륨의 농도를 해당 지역의 위암 발생율 및 사망률과 비교 분석한 결과 위암 발생의 감소가 짠 음식의 섭취량이 감소되기 때문이라는 연구의 가설을 뒷받침하였다.
 
유병연 교수
유병연 교수
그러면 어떻게 하면 짜게 먹지 않을까? 이러한 음식관련 습관은 어릴 때부터 집에서 먹는 음식으로부터 길들여지게 되어서 한 번 들게 되면 참 고치기가 어렵다. 따라서 주부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며 어릴 때부터 싱겁게 먹고 필요에 따라 첨가할 수 있도록 꾸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겠다. 실제로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7대 만성질환으로 인한 우리 국민들의 진료비가 지난 한해만 10조 원을 넘어 전체 진료비의 27%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만성질환의 주범인 나트륨의 섭취를 오는 2020년까지 20% 줄이기 위해 범국민 운동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 주도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교육, 계몽, 홍보가 가장 우선돼야 하고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전체 국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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