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초라한 국민과 국민없는 정치
[한내국 칼럼] 초라한 국민과 국민없는 정치
  • 한내국 편집국장
  • 승인 2020.03.24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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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급습과 총선거가 겹친 한국의 상황이 매우 위중하다. 
무차별적인 잔인성으로 견주면 닮은 점도 많아 보인다. 사람 가리지 않는 것도 그렇고 인간성의 개념을 묵살하는 것도 그렇다. 흡사 전쟁통에 버려진 국민을 위해서 어느 누구도 나 아닌 다른사람을 위한 배려는 꿈도 꿀 수 없는 그런 세상에 놓여진 듯하다.

이런 삭막한 감정을 논하는 것이 사치가 아니었으면 하는 간절한 시기가 지금이다.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격은 인간성의 파괴 그 자체다. 생명까지 위협한다. 소리없이 침투하고 세력을 키우고 생명을 위협하면서 주변까지 강력하게 감염시키는 독버섯 같은 존재다.

이 바이러스가 위험한 것은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코로나19는 인류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세력으로 등장했다. 코로나 19로 우리 사회가 앉아서 어떤 손도 쓸 겨를없이 고사(枯死)당하는 모양새로 변질되는 마비된 사회를 보면서 이같은 예고없는 재난에 대응하는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거듭 각성하게 만든다.

이 와중에 역시 소리없이 다가오는 선거도 같은 모양새다. 준비하지 않고 준비할 수 없는 무지(無知)의 한국정치는 흡사 코로나 19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당장 선거제도도 마찬가지다. 장고(長考)끝에 악수(惡數)라더니 비래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수없이 많은 장벽을 넘어 치열하게 공천을 받아 충분한 선거운동을 통해 선출하는 지역구선거와는 달리 알 수도 없는 인재가 등장해 번호표를 받고 국회에 입성하는 비례의원들의 면면을 볼 수도 알 수도 없다는 점이 마치 백신없는 바이러스와 닮아 있다.

벌써부터 위성정당으로 비례정당이 설치고 낯 모를 후보가 순서를 기다리며 정당으로부터 번호표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문성도 또 해악의 정도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로 그저 국회의원의 뺏지를 달고 국회로 입성할 것이다. 사표 방지와 소수정당들의 원내 진출 확대를 위해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하 연비제)는 요지경 공천으로 전락했다. 

거대 양당의 비례전담 위성정당 등장에 짓밟히고 있고 비례대표 제도의 최대 미덕인 소수자 대표성 구현과 유능한 신인 발굴도 여러 당의 부실 공천 탓에 망가지고 있다. 20대 국회가 패스트트랙 위험을 무릅쓰며 어렵사리 성취했다는 연동제비례대표제 골간의 개정 선거법이 말 그대로 누더기선거법이 됐다.

이런 결과에는 독선과 오만이 차고 넘치는 그릇된 정치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타협하지 않는 정치와 자기주장만 넘치는 국회문화는 개헌이래 지금까지 수십년이 흘렀어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여야정치권들은 현실과 실상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저마다 국가와 민족을 외치고 있다. 가증스런 일이다.

장사에도 상도덕이 있고 인간사에도 윤리라는게 있다. 하물며 정치세계에도 도의와 의리가 있을 터, 그들에게서는 조직화된 맹목적 의리만 존재하는 것 같다. 헌법에도 정치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한을 사용하는 자들이 국회의원 등 선출직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선출된 이후 당리당략에 몰입하고 권한을 함부로 사용하면서 누리는 계층 곧 기득권자로 행세한다.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알아도 집단문화가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국민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전염병의 위험성은 역사이래 어느 재난보다 큰 공포와 피해를 몰고오는 것이지만 이 와중에도 공동의 노력과 다르게 행동하는 일탈이 쉽지않게 드러난다.

남은 죽어도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이같은 집단 이기주의를 국민들에게 심은 것도 정치계의 큰 책임 가운데 하나다. 오히려 이런 이기주의가 상호 공생하는 지도 모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독립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 민주적 가치와 이념을 존중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같은 독버섯은 자라고 있다. 그들은 자유라고 외치지만 사실은 독선이고 오만이며 만용이다.

역사는 언제나 과정만 있을 뿐 결론은 없다. 이 과정에 구성원으로 속한 우리가 사는 현재가 지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혼자보다는 우리를, 또 개인보다는 공동의 안녕을 위한 노력을 들불처럼 장기간 지속시킬 수 없다면 이 역시 역사의 과정에 속한 우리 세대는 큰 잘못을 하는 것이다. 

이 잘못은 후대에 큰 해악을 준다는 점에서 참된 가치발견과 행동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달도 채 남지않은 선거, 이번 선거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나와 가족을 위협하는 상황속에서 치러진다. 

그럴수록 유권자들의 한표 한표가 바른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으로 뭉쳐져야만 한다.
이제야말로 용기가 필요하다. 원칙을 지키며 좋은 후보를 가려낸 정당들이 웃는 선거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유권자들은 끝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최종 선택을 벼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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